이동걸 산은 회장, '대우건설 매각' 의지…성사 가능성은?
이동걸 산은 회장, '대우건설 매각' 의지…성사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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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3년 안에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면서 '대우건설 매각 이슈'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임기 내에 대우건설을 매각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강한 만큼 대우건설의 새 주인 찾기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매각 성사 여부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잿빛이다.

건설경기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선 덩치 큰 대우건설 인수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매각(가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대우건설의 실적이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점도 난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 대우건설 실적, 여전히 '해외플랜트'가 발목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2~3년간 재정비를 거쳐 정상화한 후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배경으로 '남북경협'을 언급했다. 국책금융기관인 산은이 남북 경제협력사업에서 큰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고, 투자개발형 사업을 수주할 때 대우건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렇게 될 경우 산은은 '헐값 매각' 논란과 함께 '금융업계의 마이너스 손'이라는 항간의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문제는 이 회장의 구상처럼 '2~3년 안에 대우건설의 몸값을 올리고 되팔 수 있느냐'다. 2년 후 매각하겠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1년 뒤에는 실적이 좋아져야 하는 상황인데, 업계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근거로 산업은행 관리체제 이후의 대우건설 성적표가 꼽힌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10월 대우건설의 지분 50.75%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대우건설의 주가는 약 1만8000원 정도.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사들이는 데 총 3조2000억원을 썼다.

그러나 산업은행 품에 다시 안긴 대우건설은 좀처럼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2010년 362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후, 인수 이듬해인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3000억원을 돌파했지만, 2015년 1600억원으로 감소했다. 2016년에는 4660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김형 사장이 취임한 해인 올 상반기도 전년보다 못한 성적표를 내놨다. 개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5조4060억원, 영업이익 30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6%, 34.5% 줄었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지난 13일 종가기준으로 5600원이다. 

실적 부진은 수년간 대우건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해외플랜트 부문에서 기인했다. 영업손익에서 플랜트가 약 774억36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지난해(9억9000만원 손실) 대비 손실이 대폭 확대됐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대우건설)
김형 대우건설 사장. (사진=대우건설)

◇ 김형 사장, 넘어야 할 산 많아…남북경협 기대 '무리'

산업은행은 김형 사장에 기대감을 거는 분위기다. 김 사장이 대우건설 대표이사로 정해진 것도 그가 30여년간 국내외 토목 현장을 누빈 '토목통'인 데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재직 당시 중동 등 해외에서 활약한 이력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김 사장은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녹록치 않은 대내외적 환경이 김 사장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 

'주 52시간 근무' 영향으로 공사기일 준수와 인력관리가 어려워진 가운데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운 중국과의 수주 경쟁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산은이 대우건설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언급한 '남북경협'은 업계 관계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실제로 착수할 만한 남북경협 사업이 구체화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과 상반되는 얘기인 것.

이미 실시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도 국제사회와 미국의 규제로 인해 재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봐도 남북 경협사업 실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남북경협이 가시화되면 대우건설의 몸값이 뛸 것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미국 및 유엔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며 "지금 당장 기대감을 안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 덩치 탓에 새 주인 찾기 난항…국내 기업 '난색'

매각시점을 떠나 적절한 매수자가 나설지도 미지수다. 도급액이나 자산규모, 국내외 네트워크 등을 따졌을 때 대우건설의 몸집을 소화할 만한 업체가 몇 없는 데다 비교적 덩치가 작은 곳이 인수에 나설 경우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수 당시와 올 초 호반건설이 인수에 나섰을 때 지적된 '새우가 고래삼키기' 등의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나마 대우건설의 실적을 견인하는 것은 국내 주택 사업인데, 현 주택시장은 연달아 나오는 규제책으로 피로감이 쌓여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국내 기업이 대우건설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마저 줄어든 마당에 대우건설을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여력이 있다고 해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에 문제가 돼 왔던 것은 해외 손실인데, 국내 기업들이 인수에 나서기 위해서는 대우건설의 해외손실이 명확히 처리됐다라는 검증이 있어야 한다"며 "검증이 없다면 국내 기업들은 의심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도 "인수 후보 중 국내 기업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우건설이 사이즈 측면에서 타 회사에 뒤지는 회사가 아니어서 외국기업에 매각되는 것이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과"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시장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임기 내 실적 쌓기에 급급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매각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은 이해하지만, 2~3년 안에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건설경기를 감안하지 않은 마음만 앞선 발언"이라면서 "제값을 받으려면 우선 시간을 두고 회사 정상화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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