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금융소비자①] 소비자보호 강화 최우선 가치, 당국·금융권 분주
[기획-금융소비자①] 소비자보호 강화 최우선 가치, 당국·금융권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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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방향 공감…자율성 해칠 우려 존재"
시민단체 "강화 방침 반기지만 일부 지적 해결안돼…여전히 말 뿐"

금융소비자보호에 금융당국이 올인하는 모양새다. 나름대로 소비자보호 업무에 치중해 온 금융권은 자율성 침해 등의 이유로 당혹해 하면서도 당국 기조에 호응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부당 대출금리(은행), 배당사고(증권), 암보험약관(보험) 등 금융권 곳곳에 소비자보호 이슈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 내부통제 부재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금융권도 소비자보호 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 보며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있다. 소비자보호는 곧 고객중심 경영으로 금융권 스스로가 중점 챙길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금융 업권별로 소비자보호 대응방향을 살피고 관련 이슈들을 시리즈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그동안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중심의 업권별 조직체계를 유지해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5월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다. 금융정책을 업권별로 분류해 운영하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금융소비자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금융 소비자보호'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가계부채 총량관리 △이자부담 완화 △신용회복 지원 △대출채권 관리 강화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과 함께 제시된 바 있어 당연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즉각 대응에 나서 두 달여만인 7월 17일 기존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을 금융소비자국을 확대 개편하고 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나 정책을 발굴·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 완화, 서민금융 지원, 사회적 금융 활성화 등 정책도 금융소비자국이 담당하도록 했다.

최준우 금융소비자국장은 "지금까지 금융위가 금융회사에 치중했다면 이젠 금융소비자 쪽에 더 주력하겠다는 취지"라며 "사전 정보 제공, 판매 행위, 사후 구제 등 금융 이용 프로세스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국은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의 국회 통과를 추진중이다.

수익을 내야하는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적극 나서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련 법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등 집행 역할을 하는 금융감독원도 올해 초 금융소비자 보호에 집중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특히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에 기여했던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의 감독·검사 강화를 강조했다.

윤 원장은 이어지는 금감원 간부직원 워크숍, 기자간담회, 금융업권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 등에서 '금융회사와의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앞세웠다.

실제로 금감원은 은행의 대출금리조작, 보험사의 즉시연금 분쟁 조정, 카드·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증권사의 유령주식 매도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금융회사에 대해 즉각 강도높은 검사에 착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업권은 일단 당국의 방침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한 '영업행위 윤리준칙'을 발표하고 직원들이 준수해야 할 신의성실, 적합성, 상품설명의무 등 실천을 다짐했다.

보험업권은 불완전판매와 민원을 감축하기 위해 상품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거나 판매채널의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증권업권은 최근 상품 가입 과정에서 투자 위험에 대해 숙고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자숙려제'를 도입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권익보호라는 방향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금리나 수수료 등 시장 자율로 결정되어야 할 사안까지 간섭하는건 금융이 발전하기 위한 장치 중의 하나인 자율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지적했다.

시민단체들 역시 당국의 방침에 대해 반기면서도 여전히 말 뿐이라는 쓴소리를 했다.

이에 최근에는 금융소비자 관련 단체들이 연대해 가계부채 등을 중점사항으로 활동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은행의 부당 이자 등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빚쟁이유니온(준),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 7개 단체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소비자단체 연대회의’를 발족했다.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는 앞으로 △금융권 적폐 청산과 청년부채를 비롯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채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 및 도산제도를 개선하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약화시켜 금융소비자 보호를 취약하게 할 우려가 농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불합리한 금융관행은 금융당국 묵인하에 금융회사가 방조하고, 판매자가 자행하는 측면이 크다”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금융사 책임을 강화해서 이 같은 행위로 얻는 이익보다 리스크가 더 크게 만들면 된다”고 제언했다.

조 대표는 한 예로 손해사정 개선 제도를 꼬집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부터 생명·손해보험협회, 보험사, 손해사정 업계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손해사정제도 개선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12개 주요 손해사정 자회사들이 모기업인 4개 대형 보험사에 종속돼 있다보니 고객들의 선택권이나 보험금 산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조 대표는 "9개월이 지난 현시점까지도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라는 화두를 던져놓고는 '금융회사'를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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