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금융소비자④] 증권사 소비자 보호 수준 개선…투자자 숙려제 '주효'
[기획-금융소비자④] 증권사 소비자 보호 수준 개선…투자자 숙려제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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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후 2영업일간 숙지 후 최종 투자 결정…투자자 보호 측면 효과
"나이 많다는 이유로 제한" 他고객과 역차별 등 실효성 물음표 여전
여의도 증권가(서울파이낸스DB)
여의도 증권가(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조아 기자] 금융감독원의 최근 '2017년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들의 소비자보호 실태가 전년과 비교해 대폭 개선됐다. 국내 증권사 10곳 중 5곳이 총 10개 부문 중 9개 부문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이는 2016년 단 한곳만 유일하게 10개 부문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던 것에서 크게 나아진 것이다. 

증권사들은 상품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및 운영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른 금융업권과 비교해 민원 건수가 적고, 민원 처리도 신속하게 이뤄지는 등 계량 부문의 평가 결과가 양호했다. 특히 '투자자 숙려제' 시행 등 등 판매프로세스 점검절차를 강화하는 등 상품판매 평가부문에 대체로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투자자 숙려제'는 일반투자자(법인 제외) 중 70세 이상이거나, 투자성향이 부적합한 투자자가 공모 방식의 파생결합증권(ELS·DLS), 신탁과 펀드를 통한 파생결합증권 투자상품(ELT·ELF) 등의 상품에 청약하면 2영업일 전까지 투자 여부를 재고(숙려)하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2영업일간 투자 상품의 구조와 위험 등을 충분히 숙지하고 최종적으로 투자 결정을 하게 된다.

파생결합증권은 상품 구조나 위험 요인이 다양해서 일반투자자들이 단시간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간 투자성향이 부적합한 투자자나 고령의 투자자들이 증권사의 추천을 받고 복잡한 금융투자상품에 섣불리 가입한 탓에 피해를 입는 등 불완전 판매 사례가 빈번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상품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뒤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난해 4월부터 금융당국이 도입했다. 기존 초고령자(80세 이상)를 대상으로 1영업일의 숙려기간을 부여한 것에서 연령을 낮추고 기간을 확대했다.

제도 도입 이후 투자자 스스로 투자위험에 대해 숙고할 시간을 부여, 판매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최소화됐다는 평이다.

한 증권사 상품판매 담당자는 "투자자 숙려제도는 투자자와 판매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자 절차"라며 "제도의 시행으로 고령자들의 투자가 신중히 진행되면서 불완전판매 등 우려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청약 후 숙려기간 동안 투자 위험 등을 충분히 숙지한 뒤 최종 결정을 하는 제도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1년간 파생상품 부당권유 등 관련 민원이 감소한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 숙려제도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잔존한다. 파생상품의 경우 가입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숙려기간이 부여되면서 원하는 시기에 해당 상품을 가입하지 못할 수 있어 다른 고객과의 역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70대 투자자는 "주식투자 경력이 수십년에 달하는데, 고령이는 이유로 투자 자유를 침해 받는 것 같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여기에 올해부터 고령투자자와 부적합 투자자를 대상으로 파생결합증권 판매과정 녹취의무제도가 시행된 상황에서 '이중규제'로 투자의 벽이 높아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투자자 숙려제도는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내용의 제도로,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면서도 "모든 투자자가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 제도에 영향을 받는 상품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활발히 이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고, 불완전 판매에 대한 규제나 처벌도 향후 점점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강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진입에 장벽을 만드는 것보다는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나가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이같이 투자자 숙려제 등으로 계량평가가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는 소비자 보호 인프라 구축, 전산거래시스템의 안정성 부분에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이 2개 평가부문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도 각각 한 개 항목에서 가장 낮은 평가 등급을 받았다. 증권사별로는 지난 4월 '유령주식' 배당 사고를 낸 삼성증권이 소비자보호조직 및 제도, 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 2개 평가부문에서 각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증권은 상품판매과정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 및 운영, 한국투자증권은 소비자정보 공시, 키움증권은 소비자보호조직 및 제도 부문에서 ‘미흡’ 등급이 매겨졌다.

이에 금융투자 업계는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 나섰다.

KB증권은 올해 들어 불완전판매 모니터링 업무를 강화, 기존 고객센터에서 운영하던 해피콜업무를 금융소비자보호부로 이관시키고 3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소비자와의 소통채널도 확대했다. KB스타메신저, KB고객평가단, 고객간담회, KB청춘스타 등 4개의 채널을 운영 중이다. 신상품 개발과 마케팅 정책 운영에 있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협의도 강화, 지난해 6월 협의 업무를 전담하는 소비자보호협의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소비자보호부 관리 하에 해외거래, 선물(옵션)거래, 신용거래, FX마진거래 등 광범위하게 걸쳐 해피콜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을 확대·개편해 민원 및 분쟁 등 소비자보호 업무 강화를 위해 기존의 금융소비자보호팀을 금융소비자보호팀과 금융소비자민원팀 등 2개 팀으로 세분화하고 인력도 확대했다. 지난 3월에는 고객들로 구성된 금융소비자보호 채널을 구성, 총 33명의 소비자패널이 신상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고객 의견을 적극 개진한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업부서와 금융소비자보호센터 간 사전협의를 강화하기 위해 내부 전산시스템도 구축·운영 하고 있다. 민원관리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해 민원관리를 위한 메뉴얼을 마련하고 상시 모니터링 화면을 구축했다.

유안타증권은 금융소비자보호팀을 최고 경영진 직속의 독립전담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주관하며 금융소비자보호 문제를 전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해 지점장 및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한 신규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또 금융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높은 영업조직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컴플라이언스’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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