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금리발언…시험대 오른 한은 금통위
이낙연 총리 금리발언…시험대 오른 한은 금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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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며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며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을 주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에 한국은행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판단"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한은 고유의 권한인 통화정책을 정부가 터치했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출석해 '금리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딜레마가 될 것'이라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금리인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리는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고 올리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 양쪽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금리인하가 나름의 이유는 있었겠지만 결국 '빚내서 집 사자'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온 역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의 발언은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1500조에 육박한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사실상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혔다.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묵시적 압박이나 다름 없다는 해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행정부(정부)에서 직접적으로 금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채권시장은 요동쳤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전 11시28분 전일보다 4.4bp 상승한 1.934%, 10년물은 3.4bp 오른 2.284%에 거래됐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국고채 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특히 국고채 3년물은 한은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한 채권으로 꼽히는 데, 전일 1년 만에 1.8%대로 추락한 3년물 금리가 이날 반등했다는 것은 금리인상 기대감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은 금통위 고유의 권한인 기준금리 결정권을 이 총리가 건드린 데 대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 보장에는 정치권력에서 벗어난 중립적 통화정책이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합의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이날 "총리가 (금리인상을) 직접 언급한 취지는 아니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며 "금리는 금통위에서 판단하는 것이라 정부가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진화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면 훼손될수록 한은의 금융시장 관리 능력은 약화되고 통화정책의 성과도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공은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넘어갔다"는 평을 내놨다.

연임 인사청문회 당시 불거졌던 이 총재의 '예스맨', '말 잘듣는 총재' 논란 등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오는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이 총리가 금리방향에 대한 시그널을 주고 금통위가 그대로 따른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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