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잡히지 않는 집값
[데스크 칼럼] 잡히지 않는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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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9년부터 실질주택가격이 연 1~2% 하락해 집값이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한 적이 있다. 이후 “‘붕괴’라는 표현은 분석 결과를 과장할 수 있으며 ‘추세적 하락 압력 가능성’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당장 내년을 앞두고 집값 붕괴는 커녕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가 작년 8·2 대책을 내놓았지만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올랐다.

이 가운데 조정지역 대상으로 최고 3.2% 세율의 종부세 강화 등을 골자로 한 9·13 추가대책이 나와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주목된다.

집값 오름세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규제에도 불구 세금 등 이것저것 제해도 실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추가 대책이 나오면 주춤하는 듯 하다 이내 “이 정도야” 하며 다시 오른다.

집값은 정녕 잡기 어려운 것인가. 소유자 입장에서 보면 그 어느 누구도 집값을 낮춰 부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자산가치 하락을 거부하는 당연한 사욕(私慾)이다. 한번 올라간 집값은 기준이 돼 또다시 비상을 꿈꾼다.

최근 ‘매도자 우위 시장’ 결과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9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역대 최고인 171.6을 기록했다. 지수 범위 0∼200 가운데 기준점인 100을 웃돌면 매수자가, 밑돌면 매도자가 상대적으로 많음을 의미한다. 지수가 높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아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집값 안정을 위해 생각해야 할 대목이 차익에 대한 기대감을 차단하는 것이다. 저금리 지속으로 부동 자금이 넘치기 때문에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고 안전자산 선호 시 부동산 거래를 통해 차익을 내려는 것은 당연한 심리다.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만 투자 때로는 투기 대상이 되는 것도 현실이다.

규제책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LTV/DTI/DSR 외 세금에 해당하는 종부세, 양도세 등이 있지만 지금까지 효과가 없었다. 대출을 받고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방송에 한 다주택자가 나와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며 (세금을) 더 내도 상관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다만 세금을 올리면 전 계층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저소득자, 중저가 주택보유자, 집 한 채로 은퇴 생활을 하면서 마땅한 소득이 없는 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전세대출 제한도 이미 집값이 올라 간 상황에서 앞서 전세보증금도 덩달아 올라갔기 때문에 주거안정을 위해 용도를 전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신중해야 한다. 이사를 못가는 등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어 저항감만 커질 수 있다.

솜방망이 대책이라면 집값 안정은 요원하다. 또 강력한 대책은 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에 여러 시나리오를 감안해 실행해야 한다. 적절한 공급 등을 통해 인간본성인 사욕(私慾)을 채워주되 필요 이상의 많은 이득이 남지 않게 해야 한다. 9·13 부동산 대책은 충분한 것일까.  

상당 수가 현 소득 대비로 집을 구하기 너무 어렵다. 결국 대출에 의존하면서 비생산적인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상황이 지속된다. 국익에 이로울 수 없다. 자력으로 집 구매는 평생 꿈도 꾸지 못하는 지금의 청년 세대 등을 생각하면 암울하다. 미래가 있고 일한 만큼 손에 잡히는 경제가 참된 경제다. 일자리가 없어 일도 못하는 데 말이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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