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더 어려워진 韓銀 금리인상…물가·고용 '발목'
[초점] 더 어려워진 韓銀 금리인상…물가·고용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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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석 금통위원 "선제적 금리인상 위험"
고용쇼크·물가 상승률 둔화→연내 동결?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2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2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7인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중 한명인 신인석 위원이 "실물경기 안정을 위해 금리 조정을 고려할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향후 물가상승이 불확실한 시점에서 금리를 조정하면 기대 물가상승률 하락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금리동결을 점칠 수 있는 시그널(신호)이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밖으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안으론 경제성장률 둔화와 고용'쇼크' 등 금리인상 명분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신 위원까지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 목소리를 내면서 연내 금리인상도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금리조정 전 물가 '확인'해야" = 신 위원은 12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년(2013~2017년) 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4%로 이전 5개년 평균 3.3%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면서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이렇게 낮아진것도 처음이고, 목표치를 이처럼 장기가 밑돌고 있는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5년간 특이한 물가 흐름을 야기한 원인을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을 통해 해석했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낮을수록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높고,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물가흐름 변동을 (필립스 곡선에 따라) 기대물가 상승률이 다소 하락한 가운데 GDP(국내총생산)갭, 즉 수요측면의 물가상승압력도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의 전년동기 대비 상승률은 1.4%로 집계됐다. 지난 7월 한은이 전망한 올해 물가 상승률 1.6%와 0.2%p 차이가 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1.0%로 출발해 1분기(1~3월) 1.3%, 2분기(4~6월) 1.5%에 그쳤다. 4월(1.6%)를 제외하고는 한은의 올해 예상치를 모두 하회하는 수준이다.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을 반영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은 5월에 1.4%, 6월에 1.2%9, 7월과 8월엔 1.0% 각각 떨어졌다. 

신 위원은 "지금은 인플레이션 과속이 아니라 저속이 우려되는 때"라면서 "금리조정 과정은 물가상승률이 확대돼 가는 것을 '확인해 가며'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책에는 시차가 있으므로 6개월(2분기) 내지 또는 그 이상의 미래를 보고 미리 금리조정을 해야한다는 의미의 선제적 통화정책 명제를 뒤집는 것이다. 

신 위원은 통화정책이 선제대응해야 한다는 명제는 고(高)인플레이션 기간인 1970년대 나온 것으로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처럼 물가상승률 확대추세가 불확실한 시점에 금리를 조정할 경우 금리조정에 다른 이유가 거론되고 결국 인플레이션 목표의 달성이 중앙은행의 우선적인 정책목표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대물가 상승률의 하락을 고착화시키고 나아가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한층 더 하락하는 계기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내 금리인상 물 건너 가나 = 10월 또는 11월 금리인상을 점치던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감은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연내 금리동결을 점치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는다. 

금리를 올리려면 7명의 금통위원 중 최소 4명이 금리인상에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데, 두달 연속 0.25%p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한 이일형 위원과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 외에 강경파를 찾기가 어려워서다. 물가부진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 조동철 위원에 더해 신 위원까지 비둘기 스탠스를 고수하면서 이제 인상론을 제시할 위원은 임지원 위원(올빼미·중립)과 고승범 위원(비둘기)만 남게 됐다. 

당장 금융권에서는 금리를 올릴 만한 여건이 형성됐는지 되묻는다. 무엇보다 '참사' 수준의 고용부진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0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 1월 1만명 줄어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용부진이 내수부진과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도 쉽게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계에 몰린 가구에 자칫 더 큰 짐을 지울 수 있어서다. 

부진한 물가상승률에 더해 경제성장률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당장 2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0.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속보치와 비교해 0.1%p 낮아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은이 10월 내놓을 올해 경제률 전망치가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올 초만 해도 연 3.0% 성장을 내다봤던 한은은 지난 7월 연 2.9%로 성장률을 하향조정했다. 

반도체가 혼자 이끌어가는 우리 수출은 미중 무역분쟁 유탄에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미·중 수출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가운데 10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는 글로벌 무역을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에 총 1421억달러를 수출했는데 이 중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비중이 78.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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