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협동조합으로 프랜차이즈 '동반성장 모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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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그룹과 상생협약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 이동재 회장 인터뷰
6일 서울 서초구 전국가맹점주연합회 회의실에서 이동재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장 겸 구매협동조합 추진위원장을 만났다. (사진=박지민 기자)
6일 서울 서초구 전국가맹점주연합회 회의실에서 만난 이동재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장 겸 구매협동조합 추진위원장은 필수구입품목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박지민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구매협동조합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대 화두인 '상생'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본사와 가맹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발전시킬 겁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8월22일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동일한 품질의 식자재를 합리적인 값에 공급 받기 위해 뜻을 모은 셈이다. 

그간 프랜차이즈 업계는 불공정한 유통 마진 의혹을 둘러싸고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이 잦았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BHC 가맹점주들도 본사가 해바라기유를 공급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구매협동조합 설립 의사를 밝혔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구매협동조합은 과연 성공적으로 업계 전반에 확산될 수 있을까. 

<서울파이낸스>는 6일 서울 서초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회의실에서 이동재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장 겸 구매협동조합 추진위원장을 만나 협동조합 설립 배경과 가맹점주들이 바라보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 봤다. 

"구매협동조합 설립은 미스터피자 본사(MP그룹)에 대한 유통 폭리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던 게 계기가 됐죠. 의혹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였어요. 언론에서 많이 다뤄진 '치즈 통행세'부터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의 갑질과 횡령 혐의가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오너리스크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했고, 미스터피자 가맹점은 지난 1년간 극심한 피해를 입어야 했어요." 

MP그룹 오너가 구설수에 오르면서 기존의 불공정한 유통구조가 민낯을 드러내자, 구매협동조합 설립 추진에도 드라이브가 걸렸다. 본사와 가맹점이 위기를 극복하고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진정한 상생'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구매협동조합 설립이 결정되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닙니다. 지난해 협의회가 본사에 불공정거래 개선을 요구하면서 200일 이상 농성을 했죠. 본사와 일대일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관심을 보여서 지난해 8월 서울시에 중재를 요청했어요. 20회 이상 협의한 결과, 지난달 9일 본사와 협의회가 상생협약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 8월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미스터피자 상생협약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이동재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장(오른쪽), 김흥연 MP그룹 대표이사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서울시)
지난 8월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미스터피자 상생협약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과 이동재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장(오른쪽), 김흥연 MP그룹 대표이사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서울시)

상생협약에 따라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그동안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했던 필수구입품목 가운데 냉동새우, 베이컨, 샐러드 등 25품목을 내년 1월부터 자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협의회는 이를 통해 식자재 공급가를 낮추고 거래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 

"전체 필수구입품목 중 30%를 자체 구매할 수 있게 됐어요. 가맹점들이 자율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풀어준 겁니다. 협동조합은 본사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에 적합한 식자재를 엄선해 구매할 계획입니다. 향후 협동조합이 안정화 되면 공개입찰도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식자재 유통 관련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아 첫 단추를 잘 끼우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이 회장은 앞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에 구매협동조합이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동안 불거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프랜차이즈 산업 역사가 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구매협동조합이 많이 도입됐어요. 미국의 던킨도너츠, 피자헛 등도 식자재 유통 마진을 둘러싸고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이 깊었는데 구매협동조합을 통해 문제를 바로잡았죠. 구매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오너이기 때문에 공동체 이익에 반하는 결정은 하지 않아요. 불필요한 유통 마진이 줄면, 소비자들은 질 좋은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게 될 겁니다. 기존보다 더 나은 시스템은 더디지만 결국 선택되기 마련이죠. 구매협동조합도 향후 보편적인 체계로 확산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이 회장은 정부 차원에서 필수구입품목이 적정하게 지정돼 있는지를 제대로 검토하고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필수구입품목이나 불공정거래를 문제 삼고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 해결하는 데까지 절차가 2~3년은 족히 걸려요. 사후에 문제를 바로잡는 것보다 사전에 관리·감독을 확실히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공정위가 필수품목 지정이 적정한지를 제대로 판단해주면 분쟁도 확연히 줄어들 겁니다. 필수구입품목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전문가들로 구성한 심사위원회를 만들었으면 해요." 

프랜차이즈 본사 행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가맹본사들이 유통마진을 통한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지 말고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마케팅, 영업에 전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필수구입품목으로 지정한 원·부자재가 특허나 실용신안을 받았다든지, 어떠한 본사 노하우가 들어갔는지를 확실히 설명할 수 있다면 가맹점주들도 수긍할 수 있어요. 그런데 최근 해바라기유 폭리 의혹이 제기된 BHC를 비롯해, 대부분의 본사는 그렇게 하지 않죠. 싸게 들여온 자재에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공급하면 쉽게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가맹점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경우만 필수품목으로 지정해야 합니다. 본사는 제품 경쟁력과 마케팅, 영업 등 본연의 임무에 역량을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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