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할까…韓 경제에 '불똥'
美,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할까…韓 경제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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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겨냥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 수정할 수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새단장한 선전시 개혁개방 서커우 박물관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문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새단장한 선전시 개혁개방 서커우 박물관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문이 전시돼 있다. 시 주석 글은 “개혁·개방 40년 동안 새롭고 좋은 길을 개척했다. 우리는 시대를 ‘따라잡는’ 데서 시대를 ‘이끄는(引領)’ 데로 위대한 약진을 했다”고 돼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이 같은 노선 변화의 결과물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이 강해지면서 우리경제에 '노란불'이 켜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꺼낼 경우 우리나라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로 인한 중국 경제 둔화는 가뜩이나 수출 절름발이 신세인 우리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15일께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미국이 중국을 더 강하게 몰아붙이기 위한 카드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꺼내들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8월부터 고율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에 돌입한 미중관계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할까 =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통화 가치 절하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최근 심화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 정부가 만회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고율관세 부과 효과로 약화된 수출경쟁력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다고 인정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사실상 엄포를 놓은 셈이다. 

종합무역법(1988)과 무역촉진법(2015) 비교. (표=IBK투자증권)
종합무역법(1988)과 무역촉진법(2015) 비교. (표=IBK투자증권)

미국이 환율조작국을 지정할 때 적용하는 법은 두가지다. 1988년, 2015년 각각 제정된 미국 종합무역법, 교역촉진법이 근거다. 교역촉진법은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해당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정부의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3가지 조건에 해당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되, 이 중 2가지만 충족할 경우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종합무역법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 △유의미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 등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환율조작국 지정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 환율보고서에서는 무역촉진법 도입 후 본문에 등장하지 않던 종합무역법이 결론에 명시되며 향후 환율조작국 지정이 무역촉진법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가능함을 암시했다. 미국이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보고 있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이 지난 1992년과 1994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을 때도 이 법이 활용됐다. 

◆이유 있는 中 위안화 절상 =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의회에 제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과 관찰대상국을 명시한다. 지난 4월 미국이 내놓은 보고서에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었다. 다만 기존의 관찰대상국 6개국(중국·독일·일본·대만·스위스)은 그대로 남겨뒀다.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와 환율시장 개입 기준에는 걸리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2%에도 미치지 않아 관찰 대상국에 머물렀다. 

만일 다음달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 지원이 중단되고, 중국 기업은 미국 조달시장 입찰이 금지된다. 미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중국에 대한 감시 강화를 요청하는 등 각종 제재를 가하게 된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따라 대외 신인도가 좌우돼 국제 금융시장의 외면을 받을 공산도 크다. 이성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국의 법적 제재보다 위안화의 큰폭 절상에 의한 수출경쟁력 약화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며 "위안화 절상에 의한 수출경쟁력 약화는 수출의 관세 인상과 효과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은 연일 위안화 가치를 끌어 올리고 있다. 사실상 위안화 절상(달러 가치 하락)을 요구하는 미국의 환율 조작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위안화 약세가 중국 수출기업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위안화 평가절하 문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인민은행은 위안·달러 기준환율을 전장보다 0.0456위안(0.67%) 내린 6.8052위안에 고시했다. 이는 작년 6월1일 이후 약 1년2개월 만에 최대폭 위안화 절상 고시다. 위안화 환율 하락은 위안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2000년대 들어 한국수출과 중국수출 간의 상호 밀접성이 확대됐다. (표=유진투자증권)
2000년대 들어 한국수출과 중국수출 간의 상호 밀접성이 확대됐다. (표=유진투자증권)

◆반도체 외끌이 韓 수출도 '흔들' =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우리경제도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높고 위안화가 원화와 동조화하며 절상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수출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2000년대 들어 중국 수출과의 상관관계가 높아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총 1421억달러(총 수출의 25%)를 수출했는데 이 중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비중이 78.9%였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국내 통관기준 수출이 견고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배경은 반도체 등 전자기기와 석유관련제품 등이 중국으로 꾸준히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중국은 자본재와 중간재 성질의 국내 제품을 지난해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수입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반도체에 의존한 수출 주도 우리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중국과 함께 한국이 올라있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지정 요건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경우 한국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에 하나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돼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우리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악화→수출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하기 위해 조건을 개정하면서 중국과 한국이 동시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원화가치 역시 위안화와 더불어 미 달러화에 대해 동반 상승하게 된다. 중국과 경합관계에 있는 일부 품목의 수출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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