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임대주택 정책에 부동산 시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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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혜택 다주택자 투기 부추겨…정부, 축소 검토 일관성 흠집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정부가 등록 임대주택에 부여하기로 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세제 혜택이 오히려 다주택자들 집 신규 구매에 역이용 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수요자들은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돼 정책 불신만 키울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임대주택등록제가 새로운 투기의 물꼬를 열어준 게 아닌가 판단해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서 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고자 각종 세제 및 대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일각에서 이 같은 제도의 취지와 달리 새집을 사면서 각종 규제를 피해 가는 수단으로 임대 등록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과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 따라 올해 4월부터 다주택자 등에 대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를 강화하는 대신 등록한 임대 사업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등을 감면해주고 있다. 취득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나 건강보험료의 경우 등록 시점과 상관없이 면제나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규 등록된 임대주택 사업자는 총 8만539명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 수(5만7993명)를 넘어섰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난 것은 양도세 중과 조치 부활과 함께 전산망 통합 등으로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현황 등을 훤히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현황과 전월세 등 임대사업 수입 현황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세금 추징 근거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주택임대차 정보시스템'을 이달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규제에도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학습효과'를 얻은 강남권은 제도의 헛점을 노려 시중은행의 임대사업자 대출을 이용해 신규주택을 구입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대출을 이용하면 일반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사업자 대출로 전환돼 집값의 70∼80%까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5년, 10년 거치도 가능하다.

김현미 장관도 "1~8월까지 세제 혜택 6억원 이하 임대주택 현황을 봤더니 3분의 1이상, 강남은 40% 가까이가 집을 새로 사고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국토부는 기존 보유 주택의 임대주택 등록보다는 신규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임대로 등록한 데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아직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도세나 종부세 합산 배제 등 핵심적인 내용에서 혜택의 폭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대출 혜택에 대해선 이미 금융당국이 임대 사업자를 포함한 사업자대출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정부 부처, 지자체, 시중은행 PB센터, 세무 전문가들에게는 임대등록을 신청했거나 준비하던 다주택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구청의 임대사업자 등록 창구에도 임대등록과 관련해 문의하려는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과열지역에 한해 새로 주택을 취득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 일부 과도한 세제지원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세제혜택 축소 검토 대상을 시장과열지역 신규취득 임대주택으로 한정했다.

다만, 정부가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큰 폭으로 불어나던 임대 등록도 주춤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정부가 정책을 내놓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수정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사업 등록을 검토하던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방침을 지켜보면서 등록 여부를 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며 "정부가 부처 간 의견조율도 안된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며 오히려 임대등록을 검토 중이던 사람들의 조바심과 불안심리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는 만큼 정부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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