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호재' 부동산 둘러싼 정부-시장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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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집값잡기 '한 목소리'…지속된 대책에 내성 과열 부채질
서울시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시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집값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장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청와대와 범정부까지 모두 나서 연일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시장은 지속적인 대책에 내성이 생긴 만큼 추가 대책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45% 올랐다. 이는 감정원이 아파트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주간 상승률로는 6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역대 최고치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57% 올랐다. 지난주 상승률 0.34%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면서 이 업체 조사 기준으로 지난 2월 첫째주(0.57%)에 이어 6개월여 만에 재차 연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원인은 박원순 시장의 개발 계획 발표와 함께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의 '마지막 카드'로 꼽혔던 종부세 인상이 3주택자와 초고가주택 보유자에 집중되자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집을 사기 시작했다.

실제로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전고점을 돌파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가 최근 16억7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초 기록한 최고가인 16억5000만원을 2000만원 이상 웃돈 가격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전용면적 59㎡(공급면적 80㎡·24평형)가 이달 중순 3.3㎡당 가격이 1억200만원에 달하는 24억50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전용 84.9㎡는 최근 30억원에 계약이 성사됐지만 매도자가 집값이 더욱 오를 것을 고려해 최근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또다시 시장 규제에 나서고 있다. 지난 2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집값 급등 지역의 공시가격 인상' 발언으로 시작된 '집값과의 전쟁 2탄'은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보류 발표로 이어졌다. 

이어 27일에는 국토부가 서울 동작·동대문·종로·중구 4곳을 투기지역으로, 경기 광명·하남시를 투기과열지구로, 구리시·안양시 동안구·광교택지개발지구 3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규제지역 확대 방안을 내놨다. 28일에는 금융당국이 전세·임대사업자 대출 집중 점검과 대출 강화 방침을 발표하며 '돈줄 죄기'에 돌입했고, 29일에는 국세청이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있는 360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정치권과 청와대도 집값에 대한 규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 등에 대해선 종부세 강화를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정부에서도 강력히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주택시장 실수요를 보호하고, 투기 차단 기조를 더 강화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다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마련, 집값과 서민 주거 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강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3주택자와 초고가주택의 종부세율 상향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 하향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강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간 축소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와 임대주택활성화 방안으로 시장에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상황에서 초고강도 규제를 또다시 내놓은 것은 오히려 시장을 자극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추가규제에도 시장의 부동자금은 부동산에 쏠릴 것"이라면서 "매도자들도 '일단 버티자'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추가규제와 대외 경제불안 등 외생변수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풍부하고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큰 상태"라면서 "지속적인 수요억제책으로 내성만 키우는 시장 변질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규제로 보다는 공급 확대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뒤늦게나마 주택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구체적인 택지 위치와 개발 일정이 빠진 것은 물론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지역 공급 계획이 없다"라며 "서울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인 만큼 서울시와 협력해 그린벨트 해제 등으로 신규 주택 공급을 늘려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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