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투기자금 관리 방법
[홍승희 칼럼] 투기자금 관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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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은행 대출 받기는 여전히 어렵다고들 한다. 그래서 2금융, 나아가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로까지 밀려가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시중의 투기자금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투기자금 규모가 크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늘 빗나간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갈수록 멀어져가지만 투기자금들이 몰리는 곳으로만 몰려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투기지역을 지정하고 여러 가지 규제대책을 마련해도 또 다른 곳에서 투기자금이 마치 풍선 속 송곳처럼 구멍을 뚫고 드러난다.

사회적 안정을 위해 투기자금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제까지 효율적으로 투기자금을 관리한 정권은 없었다. 물론 군부 쿠데타 정권이 들어서서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투기를 일시적으로 잠재운 적은 있어도 궁극적인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 투기자금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일까. 아마도 양극화가 심화되기 시작한 개발경제 말기부터가 아닐까 싶다. 여유자금을 가진 계층의 폭이 넓어지면서 투자처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으나 당시까지 주식시장은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농촌지역에서는 주택개량사업을, 서울을 중심으로는 강남개발을 필두로 한 각종 지역개발사업을 벌이며 나타난 현상이다.

아마도 그때 부동산 투자에 재미를 맛보게 된 게 그 시발일성 싶다. 게다가 중동개발 붐을 타고 건설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그들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으로 낙후지역 개발이라는 명목이 보태졌다. 이후 중동 붐이 시들해지면서 건설업체들은 더욱 열심히 정부가 다져놓은 개발 택지 위에 아파트를 잇달아 짓기 시작하면서 돈이 돈을 부르는 본격적인 투기시장이 끝을 모르는 듯 커져갔다.

그러나 역사적 과정이야 어떻든 지금 시중에선 여윳돈의 투자처를 찾지 못한 중산층까지 투기시장을 기웃거리도록 몰아가고 있다. 역대 정부는 그 투기자금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은 외면한 채 자금이 몰려가는 구멍 틀어막기에만 급급해왔다. 그래서 정책은 늘 겉돌기만 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갈 곳을 잃은 여윳돈을 합리적인 투자자금으로 끌고 갈 대책이 우선되지 않는 한 어떤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 해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시킬 방안은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이들 투기자금을 유인하기 위한 상품개발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액투자자를 모아서 수익형 부동산을 개발하자는 아이디어가 과거 정부의 토지개발 공기업에서 등장했었다. 그러나 이유는 잘 모르지만 필자가 알기로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 됐었다. 아마도 정부차원에서 투기자금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으로 나온 게 아니라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니 소액으로도 부동산 수익을 올리게 해보자는 공기업 한 간부의 순진한 발상으로 출발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희미한 기억이지만 공기업이 사기업 영역에 손댄 듯 비난하는 일부 시선도 있지 않았던가 싶다. 당시 건설업은 재벌그룹의 황금알 낳는 거위였으니까.

일단 소액 저축을 위해서는 은행을 찾지만 은행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소액이라도 목돈이 만들어지면 일단 고금리, 고수익을 찾아 나서고자 하는 게 일반적이다.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웃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비슷하게 갈 수 있어야 저축이 손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테고 위험한 투기에 관심이 줄어들 텐데 그런 상품이라야 군인적금처럼 정부 지원이 있는 일부 특수상품 외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새로 선보이는 일부 금융기관 상품들을 보면 머잖아 금리가 오르겠구나 싶기는 하지만 여전히 저금리 기조를 벗어나지 않으며 중산층의 여윳돈은 갈 길을 못 찾고 있다. 이 돈들 가운데는 상류층의 성향적 투기자금도 있겠지만 퇴직자들의 마지막 생활자금들도 포함돼 있다. 그렇기에 더욱 더 흘러갈 길을 열어줘야만 한다.

역대 정부가 투기자금을 단순히 억제시키려는 시도는 했지만 그 자금을 이끌어갈 물길을 만들어줄 방안은 고려하지 못했다. 투기자금의 생산자금화란 결코 수월하지도 않고 온전히 이루어질 수도 없으며 단기간에 성과를 드러낼 수도 없다. 그러니 정권 임기가 있는 한 임기 내에 성과를 낼 수 없는 일에 힘 쏟을 용기를 내기는 힘들 터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에서는 로드맵 정도 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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