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융, 양극화 해소에 기여했나
[데스크 칼럼] 금융, 양극화 해소에 기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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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가 지속된 지 오래 됐다. 예·적금 등의 기본적인 재테크 수단은 물가 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저금리로 서민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살림은 팍팍해졌다. 이를테면 큰돈을 굴릴 수 없는 저소득자와 중산층 그리고 은퇴자 등의 경우다.

저금리가 계속되는 동안 소득양극화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심화됐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농어가 제외)의 1분위(하위20%) 소득(2분기 월평균 실질소득)은 127만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못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와 달리 표본 차이로 노인 가구 수가 절반 가량으로 많아져 그리 된 것이라 주장한다. 이같은 수치를 내놓은 통계청 수장이 짧은 임기로 물러나자 의도된 해임이라는 이슈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저금리의 혜택은 누가 가져간 걸까. 혹자는 저소득자보다는 고소득자, 그리고 가계보다는 기업에게 유리했다고 말한다. 이 주장의 논리는 이렇다.

저금리로 화폐가 과잉 이동하는 데, GNP(국민총생산) 수치가 올라가지만 이것이 ‘성장’이라는 착각을 낳는다는 것이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증가하자 기업 설비투자도 늘어 ‘과잉’ 생산이 일어나고 결국 성장이 아닌 ‘팽창’에 불과하다. 아울러 기업의 이익은 늘어나지만 가계는 오히려 급여(소득) 정체로 둘 사이의 간극이 늘어나고 양극화 주범이 된다는 식이다.

산업연구원의 '제조업 가동률 장기 하락의 원인' 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저금리로 인해 2010년 이후 제조업 가동률이 최저 수준에 있고 설비투자는 오히려 빠르게 늘어 생산능력 증가율이 생산 증가율를 앞질렀다. 저금리는 또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했다.

앞서 미쓰비시종합연구소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년 간 가계와 금융의 이자소득과 기업의 이자지불을 조사한 결과, 가계에서 기업과 금융으로 283조엔이 이동했다. 저금리로 인해 금전 사용가치가 한쪽에 유리한 구조였다. 

저금리로 인해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로 인해 금리 상승은 또다시 저소득층 등에게 어려움을 줄 것이다. 금융·통화 정책이 유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일까.

최근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방향성과 취지는 맞지만 나타난 결과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정책 효과는 긍정과 부정 양쪽으로 나타나는데, 수단이 적절하지 않았고 시나리오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초기여셔 지금은 효과를 논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그간 저금리 혜택이 누구에게 주어졌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저금리는 고용에 도움을 주었을까. 실업, 폐업의 원인 제공자가 저금리에 있지는 않았을까.

경제학에서는 외부불경제 효과가 있다. 쉽게 말하면 타인에게 손실을 끼치는 경제 행위로 이때 정부 등 개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작금의 어려운 경제상황이 딱 잘라 어느 한 원인 때문이라 규정하기 어렵지만 저금리로 인한 수혜와 그에 따른 폐해는 규명돼야 한다. 이로써 외부불경제의 내부화(통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금리 혜택을 누린 금융회사의 막대한 이익 실현은 이자놀이가 상당 기여해 자체 노력의 대가로 긍정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금융당국은 말로만 포용적·생산적 금융이 아니라 금융-실물간의 선순환 관계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31일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여러모로 고민이 되는 시기다. 이런 형국에 대내외 악재가 겹치는 ‘퍼펙트 스톰’까지 온다면 아찔하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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