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전 증기발생기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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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계약서 두고 '다른 목소리' 내는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를 취재하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발전소 설계 수명에 비해 증기발생기 수명이 반도 안 된다는 것. 두 번째는 제작사 책임이 뒤따르는 무상책임보증기간이 터무니없이 짧다는 것이다. 전자와 후자를 합하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다시 도출된다. 하자보증기간이 짧기 때문에 증기발생기 수명도 단축되는 것일까. 반대로 교체를 가정하기 때문에 보증기간이 짧은 것일까. 그렇다면 고가의 핵심 설비가 10년이 지나면 교체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 

망치형의 금속 이물질 발견 후 1년이 지난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에서 눈여겨볼 점은 두 가지다. 제작사인 두산중공업 책임을 강조한다는 것과 신규 원전과 교체용 증기발생기 하자보증기간은 대폭 늘렸다는 점. 한수원은 기자에게 "신고리 5·6호기의 증기발생기 하자보증은 20년으로 계약했다"고 언급했다. 표면상으로는 타당한 조치인 듯 보인다. 

그러나 여태껏 2년으로 한정하다가 갑자기 20년으로 계약했다는 내용 자체가 의문스러웠다. 과연 맞을까. 2년 계약이 문제가 되니 정황상 면피용으로 제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계약 시 정한 보증기간이 만료되면 제작사 책임은 자동 종료된다. 대다수 발전소의 설계 수명 40년에 비해 증기발생기는 고작 2년. 원전 부품의 보증기간이 세탁기, 에어컨보다 짧은 셈이다. 해외의 경우 증기발생기 하자보증은 평균 10~20년으로 책정된다. 기간이 짧아질수록 단가는 저렴해진다. 사업자가 안전 대신 비용 절감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그동안 제기된 이유다. 

취재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들이 드러났다. 계약을 맺은 쌍방은 물론 동일한 기관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한 여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보고받았던 신고리 5·6호기 증기발생기의 하자보증기간은 3년이었다. 당시 건설 중단·재개 공론화까지 맞물려 계약 내용은 민감한 부분이었다. 1년이 지난 현재 한수원이 기자에게 답한 계약 내용과 완전 다르다. 계약 당사자들조차 말이 갈렸다. 두산중공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증기발생기 기기 전체에 대한 하자보증기간은 2년이라고 강조했다. 이 중 하나만 맞고 나머지는 사실과 다르거나 1년 사이에 또 다른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약서 공개 여부를 두고 몇 주간 실랑이가 이어진 가운데 한수원은 다시 답을 내놨다. '소통에 있어 서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전체 기기의 하자보증은 4년이고,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에 대해서만 20년으로 별도 보증기간을 뒀다는 것. 당초 기자에게 알려준 20년은 일부 부품의 하자보증을 전체로 부풀린 셈. 전열관이 증기발생기 핵심이라는 것을 차지하고서라도 계약상 내용은 완전 다르다. 정정한 내용조차 의원실이 보고받은 것과 두산중공업이 언급한 내용과 또 엇갈린다. 

의원실을 통해 우회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신고리 5·6호기의 증기발생기 하자보증기간은 전체 기기 대상 4년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이 의원실은 물론 기자에게 또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의원실의 경우 국감 당시 내용을 전달한 부서와 현재 보고받은 부서가 상이해 중간에서 움직인 담당자가 혼동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시 부서는 거짓말을 했거나 제대로 된 사실을 모른 채 답변을 했거나 둘 중 하나다. 국감을 대하는 원전 사업자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수원 내부적으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전열관 대상 부분 하자보증기간이 20년이라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전열관 자체를 대상으로 한 하자보증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히는 '전열관 관막음'에 대한 보증이다. 증기발생기 내부에는 1mm 크기의 8400여개 전열관이 있다. 관에 균열이 생기거나 용접 등의 정비가 불가능한 경우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해당 관을 막는 응급조치가 관막음이다. 

관막음률 수치가 높아질수록 전열관 건전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적 허용 기준치가 존재한다. 현재 일부 원전의 경우 18%까지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관막음 조치를 하면 원전 가동이 가능하다. 몇 년 전 허용치를 8%에서 18%로 상향 조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시 말해 관막음과 관련 없는 결함이 발견되거나 혹은 기준치를 높인다면 20년이라는 기간은 실효성이 없어진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증기발생기 전체 하자보증 4년은 말이 안 된다며 2년임을 고수하고 있다. 동일한 계약서 한 장을 두고 계약 상대방과 말이 엇갈리고 있다. 두산중공업 측은 한수원에서 언급한 전열관 보증 20년도 '전열관 관막음'이라 표현해야 한다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을 때 정비 차원일 뿐이지 하자보증에 포함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 측에서 계약상 민감한 부분이 있어 관련 부서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을 해주지 않거나 한수원처럼 '착오'로 끝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유가 어찌됐든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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