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내 '진짜나이'에 맞는 보험 열린다
[전문가기고] 내 '진짜나이'에 맞는 보험 열린다
  • 정창호 보험개발원 생명장기손해보험부문 장기손해보험팀장
  • down7up8@kidi.or.kr
  • 승인 2018.08.24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야흐로 유병장수 시대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지출하는 진료비는 약 137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 20대의 경우는 44만원, 49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30대 72만원, 40대 88만원, 50대 145만원, 60대이상 343만원 등 고연령으로 갈수록 연간 진료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연령이 1세 증가할 때마다 진료비는 30대의 경우 평균 2.0%, 40대 이후부터는 평균 5.2%이상씩 더 지출하게 된다.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완화가 건강관리를 통해 자발적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지출되는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있다고 가정하자. 나이가 45세인 계약자가 5세가 젊은 40세의 보험료를 낼 수 있다면 보험료의 약 26%(5.2%×5세)를 할인받을 수 있다.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연령이 보험연령이 아닌 피보험자의 건강상태가 반영되어 계산되는 건강연령으로 대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건강연령 보험상품'이다.

건강연령이란 건강과 관련된 생활습관, 가족력, 환경요인 등을 기초로 피보험자의 위험도를 평가한 연령을 의미하며, 건강연령 보험상품은 피보험자의 연령이 아닌 건강리스크를 반영하여 보험료를 산출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2016년부터 노리츠강기, 네오퍼스트생명 등에서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다.

건강연령 산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의료정보가 필수적이다. 일본의 보험회사는 일본의료데이터센터가 보유한 160만 건 이상의 건강진단결과 및 의료비 청구서 등에서 BMI, 혈압, 혈당 등 12개 항목의 건강검진데이터를 추출하여 건강연령 산출 모델을 개발하였다. 보험상품은 모델을 통해 산출된 건강연령과 계약자의 실제연령을 비교하여 연간의료비를 예측하고 이를 보험료에 반영하여 가입시키거나, 가입시점에는 실제나이로, 이후 갱신시점에는 건강나이로 보험료를 산출하는 형태로 판매중이다. 건강연령이 실제 연령보다 열 살 어리게 나올 경우 보험료가 최대 40%까지 할인된다. 

일본은 고령화와 만성질환자의 증가, 그에 따른 의료비 부담 증가 문제 해소를 위해 개인의 자발적인 건강증진 노력을 촉진시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일찍부터 모색해왔다. 특히 경제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의 핵심이‘데이터’라는 인식하에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하였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도 세분화된 리스크를 반영한 건강연령 보험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은 법적,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감독당국이 건강증진형 상품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작년 11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으나 아직은 일부 사업비 할인 등 제한적인 활용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역할은 미약한 수준이다. 보험회사 역시 데이터 활용 제약 및 산출 모델 부재 등의 이유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연령 보험상품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련 법규 정비 및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상품개발 및 운영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정보이용에 대한 동의 확보, 개인정보보호 방법 등의 마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모델 개발과 건강개선으로 인한 위험도 감소 효과의 계량화를 위해 광범위한 의료관련 데이터 활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이 설립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데이터를 이용한 최선의 분석모형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전문기관 등과의 협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건강연령 보험상품은 계약자의 건강상태에 따른 합리적인 보험료 산출 뿐 아니라 보험계약자, 보험회사 그리고 국가전체에도 다양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계약자는 건강상태 개선을 통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어 자발적인 건강관리 유인을 제고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 계약자 본인의 건강수명을 연장시켜 계약자 뿐 아니라 국가차원의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보험회사는 건강관련 리스크 세분화를 통해 고객맞춤형 보험상품 제공이 가능해지고, 보험사고 발생가능성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건강연령 보험상품을 통해 건강증진, 의료비 감소 등 건강한 장수사회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순효과를 기대해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