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칼럼] 위기관리 '개념'
[김진항 칼럼] 위기관리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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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지금까지 위기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살펴봤다. 앞으로는 위기관리 방법을 알아본다. 먼저 위기관리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위기관리란 말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부터 사용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위기관리는 국가 간 위기를 예방하거나, 발생 후 최소화하기 위한 활동을 일컫는다. 타국의 이익과 경쟁하고 절충하는 외교 중에서 극단적인 형태의 하나다. 위기관리 목적은 위기가 증폭되거나 전쟁 등으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대결과 협력 요소를 동시에 내포하기 때문에 더 포괄적 정의가 여러 학자들에 의해 내려졌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스나이더(Glenn H. Snyder)는 "위기 시 정치적 수완 문제는 자신의 전략에서 어떻게 강압과 유화를 최적으로 배합을 이루는가이다. 즉 배합은 전쟁 회피와 자신의 이익 극대화 또는 손해의 최소화를 의미한다"며, 외교관 출신답게 위기관리를 국제정치적 역량 발휘 측면에서 정의했다. 정치학자 윌리엄스(Phil Williams)는 "위기관리는 위기상황이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통제하고 조절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위기가 당사국에 유리하게 해결돼 해당 국가의 중요한 이익(critical interest)이 보호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국가위기란 특정 시기에 국가 리더십이 특정 현안에 대해 고도의 안보상 위협을 느끼고, 이에 대한 긴급조치를 독자적으로 혹은 국제적 연대 속에 취할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 즉 국가 존립의 위협에 따라 세 가지 행동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첫째, 정책 결정자들이 국가 이익의 범위와 원칙을 세우고 취해야 할 행동 양태를 구체화하는 것. 둘째, 이를 국민들에게 적절히 공지해 위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사시 동요함이 없도록 하는 일. 셋째, 당면 위협 문제에 대한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 억제 효과를 내게 하는 일이다. 

이처럼 위기관리는 어려운 판단이나 결정이 요구되는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어떻게 조화롭게 추구할 수 있는가 문제다. 즉, 위기로 인한 갈등이 폭발하지 않고 절제된 범위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위기관리 정책의 핵심이자 딜레마다. 

전통적 위기관리 개념은 위기상황에서 국가의 이익과 안보를 위한 일련의 활동으로 정의된다. 즉, 양국 간 또는 다수 국가 간 이익이 상충돼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 상태가 더욱 커져서 전쟁으로 돌입하느냐 아니면 평화를 회복하느냐 결정하는 분수령에서, 위기에 처한 당사국들이 국가 존립이나 체제를 위협하는 위기가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모든 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전통적 위기관리는 재난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위기상황에 상대가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 위기는 적대국이란 행위자와, 그에 대응하는 국가나 의사결정자가 있다. 둘째, 위기 조성 단계와 관련해 위기상황의 상대국끼리는 평시에도 갈등이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위기로 발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일방이 자극적인 행위를 할 때 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다. 셋째, 행위자가 국가의 정책결정체계나 의사결정자가 되며, 비교적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넷째, 국가와 사회적 가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위협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위기 인식에 큰 영향을 주고, 위기에 대한 인식이 개인의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정의는 전통적 안보 개념 속에서 시도됐다. 2008년 이전까지 한국 역시 이러한 배경에 맞춰 위기의 정의를 내렸다. 한국 국방부의 <위기관리 실무지침>은 국가위기를 "정치·군사·경제·외교의 복합적 상황 조치가 요구되는 중대 사태 또는 국가안위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군사적 조치가 예견되거나 요구되는 전쟁 이전의 상황"으로 정의했다. 

국가비상기획위원회가 만든 <비상대비교육교재>를 보면, "국가의 중요한 가치나 핵심적인 목표에 대한 심대한 위협으로 인해 즉각적인 대응 필요성이 인식되는 긴박한 상황, 평화와 전쟁의 연속선상에서 다른 국가와 상충된 이해관계가 표출되어 갈등이 극도로 고조된 전쟁 발발에 준하는 상황, 국내외의 제반 위협으로 인하여 심대한 위협상황에 직면한 것을 정책 담당자가 인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긴급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다. 

국방부나 비상기획위원회의 위기 정의는 전형적으로 전통적 차원의 위기에 대한 개념 설명으로 이해된다. 시대적 상황이나 부처 업무 범위가 그렇게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하지만 탈 냉전기 전통적 안보와 비전통적 안보를 포함하는 포괄적 안보 상황에선 위기관리 개념 확대가 필요하다. 최근 위기관리 개념은 안보·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 위기상황을 예측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통해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과 체계를 의미한다. 탈 냉전기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테러, 경제위기, 환경재난, 질병, 인종갈등 등 비전통적 위협까지 위기관리 대상이다. 각 국가들은 전통적 안보뿐 아니라 자연 재난과 인적 재난, 사회적 재난도 위기 개념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한국의 위기관리도 전쟁과 자연 재난, 인적 재난, 사회적 재난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전환됐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은 국가위기관리를 "국가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에 대비하며, 발생 시 효과적인 대응 및 복구를 통하여 그 피해와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조기에 위기 이전 상태로 복귀시키고자 하는 제반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상황을 의미하는 비상사태와 적의 침공이나 전국 또는 일부 지방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재난을 의미하는 민방위사태, 각종 재난 등이 국가가 관리하는 위기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총체적으로 예방·대응하는 것이 탈 냉전기 한국의 위기관리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탈 냉전기 위기관리는 "국가주권에 대한 위기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계 등 국가의 핵심 요소나 가치에 대한 위해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제반 대응책과 보완책을 체계적으로 강구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즉,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란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 등을 아우르는 관리체제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총체적 경영 능력을 높여, 대내외 위기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뜻한다.

포괄안보 상황에서 국가위기관리란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새로운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군사적 또는 비군사적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종합적 대응책과 보완책을 체계적으로 강구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위기에 처한 유기체를 국가로 한정한 것이다. 위기 개념에서 정의한 바와 같이 국가를 유기체로 일반화해야 모든 상황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개인, 가정, 회사, 사회단체, 국가 등 사람이 만든 모든 조직을 유기체로 설정해 위기관리 개념을 보편화하면 회사를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도 적용 가능한 위기관리 개념을 도출할 수 있다. 그래야만 공자가 말한 '일이관지'(一以貫之) 개념이 만들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위기관리 개념을 보편화하면 '유기체의 핵심 가치에 가해질 위협이나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가해진 위협이나 위험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정의할 경우 모든 상황에서 발생하는 위기관리에 적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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