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혁신도시 '시즌2' 어떤 그림 나올까
[김무종의 세상보기] 혁신도시 '시즌2' 어떤 그림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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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루이지애나주에는 나가티쉬(Natchitoches)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미국이 루이지애나주를 사들인 후 가장 먼저 정착한 곳으로 필자가 2005년 한미기자협회 교류 차원에서 방문했던 기억으로는 인구가 2만이 안되는 곳이다. 이곳에 주립대인 노스웨스턴 스테이트 대학이 있어 대학인구가 전체 도시 비중의 상당을 차지했다. 지방 소도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 미니 ‘혁신도시’인 셈이다.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영국의 셰필드, 스웨덴 웁살라 등 해외 혁신도시 사례도 대학 등 고등·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거나 이전한다.

강원도 원주시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유치돼 주목받는 지자체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원주에도 기존 대학이 여럿 있다. 얼마 전 원주를 갈 일이 있었는데 옛 도시 모습이 기억이 안날 정도로 많이 변해 있었다. 아파트가 즐비하고 지금도 공사가 한창인 곳이 있었다. 구도심과 신도심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변화했다

혁신도시가 들어온 이후 원주는 발전한 것일까. 인구는 혁신도시 전인 2007년 30만명에서 최근 34만5000여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2016년 10월 처음으로 34만명을 돌파한 이후 수년간 인구 증가 폭은 둔화하고 있다. 혁신도시가 완성된 이후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계획 대비로도 미미하다. 2005년 기업도시와 함께 혁신도시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원주시는 2010년 36만, 2015년 42만, 2020년 50만이라는 계획 인구를 설정했었다.

서울·수도권과 가까운 원주 혁신도시 직원들은 금·토·일에 원래 살던 지역으로 복귀한다. 이러한 사정으로 정작 대목에는 유령도시로 변한다.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지역 상권 활성화가 더딘 이유다.

통근도 상당 수다. 혁신도시 인구 1만8000여 명 가운데 공공기관 이전 대상 직원은 6000여 명이고, 이 중에서도 30% 가까이 아직 통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배경에는 직원들의 맞벌이를 빼놓을 수 없다. 한쪽이 직장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모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A씨는 “아이가 어리거나 외벌이인 경우는 정주가 가능하다”며 “원주에 정착한 직원들은 대부분 그런 조건”이라고 귀띔했다. 자녀 교육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건물 등 하드웨어 요소 외 교육 등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혁신도시 직원들이 정주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들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1970년대 지역 중소도시에 공공기관을 이전한 스웨덴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주할 공공기관 직원 가족들의 일자리를 알선하는 것이었다.

일일생활권에 국토 면적이 적은 태생적 한계가 원주 사례처럼 혁신도시를 지속성장 및 활성화하고 해당 지역과 연계해 지방정부를 살리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토균형발전의 원 취지이자 전제조건인 중앙정부와 대기업 중심 체제의 실질적 변화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공공기관을 물리적으로 옮겼다고 도시의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말 혁신도시 종합발전안(2018~2022년)을 내놓는다. ‘시즌 2’ 청사진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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