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증하는 외환리스크 관리 필요성
점증하는 외환리스크 관리 필요성
  • 홍승희
  • 승인 200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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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국가적 위기감을 넘어 국민적 수치, 개개인의 상처로 받아들였던 외환위기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났다. 한국은 다행히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조기상환을 통해 일단 그 터널은 빠르게 벗어났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현재 상황에서 외환리스크는 늘 조심스럽게 관리돼야 한다. 금융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외환거래가 빈번한 일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자칫 환차손으로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 장사를 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가부도 위기로까지 내몰리는 상황을 겪은 국내 기업들의 외환리스크 관리는 아직 불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중에도 13.2%는 외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은 3분의 1가량이 외환리스크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국내 경영환경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무관심이 2001년 중 상장기업의 환차손 규모 7천562억원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2000년 1천94억원의 환차익을 기록한 기업들의 방심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우리가 지난 97년 경험한 국가적 외환위기와 개별기업의 환리스크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 때처럼 국내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보이는 상황은 국가적 관리로 되풀이되지 않으리라 기대하지만 한국의 금융현실은 기업들로 하여금 국내 시장변화에만 눈길을 줘도 생존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97년 당시에도 1차적으로는 수입업체들이 국내 외환보유고가 줄어들면서 폭등하는 달러값에 무력하게 무너져갔고 해외 차입이 많았던 대기업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 여파가 사방으로 퍼져가며 숱한 부도업체들을 양산했다.

현재 달러시세는 매매기준가 1천210원 전후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매기준가로 봐서 등락폭은 달러당 5~6원선에 불과하며 그 변동 속도도 그닥 빠르지 않다. 이런 상황은 기업들의 긴장감은 해이시킬 수 있다.

그러나 2003년 세계 경제 전망은 그렇게 안심해도 좋을 상황은 아닌 듯하다. 이라크 문제도 당장 외환시장에 변수가 되겠지만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초래할 수도 있는 한반도 위기가 폭풍의 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움직이는 달러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국가적인 외환보유고 관리도 녹녹찮겠고 달러값이 치솟을 것은 자명한 일
이니 그런 상황도 예상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야 마땅하다.

97년 상황은 숱한 부도기업들 입장에서도 경험이 없어서 겪은 불운으로 용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또다시 그같은 상황이 온다면 국제정치 역학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든 전적으로 기업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 실패에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 이미 한번 경험한 일을 되풀이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바람직하기는 한반도에 위기가 초래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지만 현재 퇴로없이 몰아부치는 미국과 벼랑끝 전략으로 버티는 북한간 관계는 한국의 역할에 상당한 한계를 지우고 있다.

위기관리야말로 경영의 알파요 오메가가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국가적으로나 개별 기업에 있어서나 외환리스크 관리에 신경 바짝 써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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