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딱지 뗐나?…터키 '리라 쇼크'에도 원·달러 환율 '선방'
'신흥국' 딱지 뗐나?…터키 '리라 쇼크'에도 원·달러 환율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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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전문가들 "충격 선반영" vs "양호한 펀더멘털" 팽팽
원·엔 재정환율 100엔 당 '1027.83원'…5개월 만에 최고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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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터키발(發) 금융 충격이 선반영된 때문일까. 한국의 양호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영향일까. 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재점화된 '신흥국 위기설'에도 원·달러 환율이 '선방'(전일 대비 5.0원 상승)한 것과 관련해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13일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로 국내 증시와 환율은 출렁였다. 미국인 목사 억류 문제, 관세 보복 등으로 미국과 대립하며 불안했던 터키 금융시장은 전 거래일인 지난 1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 관세를 2배로 높일 것을 지시하자 리라화 가치는 순식간에 29% 가량 폭락한 5.89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도 리라화 약세 흐름은 계속됐다. 터키 은행규제 감독기구(BDDK)가 리라화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터키발 금융불안이 고조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34p(1.50%) 밀린 2248.45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5월4일(2241.24) 이후 1년3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이 1721억원어치 주식을 시장에 내놓으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 지수는 29.16p(3.72%) 내린 755.65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터키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식시장이 꼬꾸라진 것에 견주면 환시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폭락과 러시아 루블화 약세 등 신흥국으로 그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여서 더더욱 그렇다는 지적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0원 오른 1133.9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3.1원 오른 1132.0원에 출발한 환율은 오후 2시께 1136.5원까지 치솟으며 지난달 20일 기록한 연고점(1138.9원)을 넘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고점을 인식한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되면서 상승분을 반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환시 흐름 자체만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우리나라의 견조한 펀더멘털이 환율 급등을 막았는지, 아니면 전 거래일 급등한 영향으로 이날 상승세가 제한됐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환율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운데 견조한 신용등급과 낮은 대외부채, 충분히 축적된 외환보유고 등 우리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환율 상단을 제한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0일) 11.7원 가파르게 상승 마감한 점을 고려하면 이미 터키 리라화 폭락 리스크가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준우 DGB대구은행 과장은 "이제 주식시장의 수급이 환시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터키 리라화, 러시아 루블화 하락이 유로존 유로화를 끌어내리고, 그 영향으로 달러 강세가 이뤄지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 환율 오름세가 오후 들어 진정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위안화 약세에 크게 동조해오던 원화 약세도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안정화 의지를 밝힌 이후 변동성이 현저히 낮아졌다. 이날 위안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오른 0.3% 6.88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위안화 절하를 뜻한다. 

한편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장 마감인 오후 3시30분께 100엔당 1027.83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일 대비 10.25원 급등한 것으로, 3월26일(1029.23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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