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미혜 기자] 카드수수료 인하, 제로페이 등으로 수익성 악화 위기에 빠진 신용카드업계가 핵심 자원인 빅데이터 마케팅에 힘을 쏟지만,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이 예상보다 더뎌 '제자리걸음'에 머물까 우려하고 있다. 13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카드결제 빅데이터'를 적용해 마케팅을 지원하는 무료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신한카드는 최근 소상공인 지원 마케팅 플랫폼인 '마이샵'(MySHOP)을 출시했다. 마이샵은 가맹점과 카드 이용자를 할인 혜택 등으로 이어준다. 가맹점주가 '마이샵 파트너'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각종 할인이나 이벤트 혜택을 설정하면, 카드사는 해당 가맹점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에게 스마트폰 앱 '푸시 알림' 등으로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준다.
삼성카드는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접목한 '링크(LINK) 비즈파트너'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는 가맹점주가 소비자에게 제공할 혜택을 삼성카드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에게 전달해준다.
BC카드도 중소상공인 마케팅 서비스 '#마이태그' 를 출시하고,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 1000곳을 선정해 오는 9월 할인(캐시백)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모두 카드사 보유 빅데이터를 이용한 매칭 서비스다. 카드사들은 빅데이터 센터, 빅데이터 플랫폼 등 관련 조직을 꾸려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활성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 속도가 느려 마케팅 활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이 엄격히 제한돼, 본격적으로 빅데이터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4574억원. 전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총생산 428조원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13년 말 박근혜 정부 때부터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이듬해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등에서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터지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법적으로 이름, 주민등록번호, 직장, 집주소 등을 가려도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각종 규제에 막혀 관련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올해 들어 3월부터 개인정보에 관한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졌지만 가이드라인만 제시됐다. 카드사 입장에선 세부 규제가 풀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빅데이터 사업 자체가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법적 규제가 완화돼야 사업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 . 4차 산업혁명 기조에 부합하도록 관련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2015년부터 빅데이터 활성화를 논의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법제화 차원 논의 정도에 머물렀다. 올해 3분기 내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하지만 나머지 법안이 개정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