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 폭락…美 글로벌 분쟁 확대에 주식·원화·채권 '트리플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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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130원선 다시 '쑥'…코스피는 2290선 붕괴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박조아 기자]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분쟁에 터키까지 엮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기록한 1130원선을 다시 넘보고 있는 데다 코스피는 1%가까이 떨어지며 2290선을 내줬다. 국고채 금리 3년물과 5년물은 전날 기록한 연중 최저치 기록을 또 경신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1.7원 오른 1128.9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1123~1125원의 좁은 박스권을 형성했던 환율은 오후 2시20분께 전일 대비 12.5원 급등한 1129.7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3일(1130.3원)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한 것이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얘기다. 

국고채 금리는 대체로 하락했다. 이는 채권값 상승을 뜻한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제기되며 국내 장기금리가 크게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040%로 전날보다 1.0bp(1bp=0.01%p) 내렸고, 5년물도 연 2.263%로 2.7bp 내렸다. 3년물, 5년물 모두 전날 기록한 연중 최저치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인 이유는 미국과 주요국간 무역분쟁 가능성이 재차 심화되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리스크 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가 시장을 강하게 끌어내리고 있다. 글로벌 무역갈등은 상대적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계산도 깔렸다.  

전면전으로 확전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뚜렷한 해법 없이 악화에 악화만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터키는 미국과 외교 갈등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과 사업하는 누구든 미국과는 사업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터키는 이란으로부터 천연가스를 계속 수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딜러 뒤에 설치된 스크린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딜러 뒤에 설치된 스크린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적 불안 영향으로 간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무려 3%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다시 썼다. 리라화 하락은 유로화 약세까지 부추겼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유로당 1.14달러대로 떨어지며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유로와 달러 거래가 가장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로화의 급격한 약세는 달러화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재료다.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월초 원·달러 환율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기대감에 1050원대까지 내리며 원화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그러나 6월 미국이 올 하반기 2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신흥국 금융위기설이 제기되고,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며 강(强)달러 현상이 고착되는 분위기다.  통상 달러 강세(원화 약세)는 '양날의 칼'로 여겨진다. 원화 약세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실적을 좋게 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주식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원화 약세에도 수출기업들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다팔았다.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업종에 대한 보고서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0.92p(0.91%) 하락한 2282.79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8.50p(0.37%) 하락한 2295.21에 출발한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 행진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장주 삼성전자(-3.20%)와 SK하이닉스(-3.72%)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내렸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하루만 108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시장을 내리 눌렀다. 코스닥지수는 4.67p(0.59%) 하락한 784.81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의 향후 시장 전망은 어둡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이벤트인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반전시킬) 이벤트가 나와야 하는데 9월까지 뚜렷한 호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한번 정도는 지수가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지만 이전 고점인 2600선까지는 회복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다솔 흥국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는 무역분쟁 리스크가 가장 많이 반영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제시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중국의 내수 모멘텀이 커지면 국내 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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