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인터넷은행과 워마드 소동
[홍승희 칼럼] 인터넷은행과 워마드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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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서 고정관념이 변화하는 사회적 욕구와 충돌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그 중의 대표적 사례 두 가지를 놓고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인터넷(전문)은행 문제이고 둘째는 워마드 소동이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하락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인터넷은행 문제 또한 그런 충돌현상의 하나일 성싶다. 금산분리 원칙의 훼손이라는 우려가 전혀 근거 없다고 보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인터넷금융이라는 시대적 추세를 정부가 구경만 하고 있을 현상도 아니라는 점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회적 자본축적이 충분치 못한 시절 재벌들의 금융독식을 막기 위해 세워졌던 금산분리 원칙은 그동안 야금야금 재벌기업들의 제2금융권 진출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은산분리라는 표현으로 바뀌어버렸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자는 것이 원래의 취지였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은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자본분리가 아니라 융합이 일어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지주회사 형태로 형식적 분리를 유지하고자 하고 있다지만 지배권의 독립이 없는 한 그건 그저 눈속임에 불과하다. 물론 형태도 아직 불완전해서 언제든 자본의 본래 욕망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니 산업자본의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방식의 인터넷은행 활성화에 대해서는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한국의 재벌들은 여전히 사회적 존경을 받기엔 지나치게 탐욕스럽고 오만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는 늘 갈등 속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미래를 이끌도록 진행돼 왔다. 그렇게 인류 문명은 진보해온 것이다. 다만 그 기술의 실현이 소수의 독식으로 귀결되면 결코 그 사회의 미래가 밝지 못했다는 역사적 경험을 거듭 반추할 필요는 있다.

방향이 같다고 똑같은 방식으로 길을 가진 않는다. 누군 걷고 누군 뛰고 또 누군가는 뭘 타고 나아간다. 그러니 나아가는 방향을 가로막을 일은 아니다. 방식을 보다 건강한 것으로 조정하며 나아가면 된다.

근래 한국의 진보는 종종 진정한 진보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정치사회적 진보와 과학기술적 진보가 언제나 의견일치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래 소위 80년대 학번들의 사회정치적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이른 까닭인지 그들의 견고했던 이론들이 이제는 각질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염려도 든다. 진보는 끊임없이 새로운 탈각을 할 때 생명력을 갖는 것인데 너무 머무르려는 욕망에 사로잡히지는 않았으면 싶은 게 앞서 살았던 세대의 노파심이다.

386세대들이 이미 중년에 이른 현재 그보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극단적 혐오를 넘어 증오로 치닫고 있는 성적 갈등이 상당히 심각해 보인다. 한동안 일베(일간베스트)라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반진보 반여성 경향이 사회적 이슈를 끌고가는가 싶더니 요즘은 그 반작용인 듯 싶으면서도 꼭 닮은 반진보 반남성 경향의 워마드라는 사이트 중심 여성 네티즌들이 관심을 끌어 모은다.

이런 현상도 사회적 다양성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문제는 그 경향성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증오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줄 알았던 증오범죄까지 이어질만한 상당히 위험한 생각들이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현상에 꽤 거친 시대를 거쳐온 기성세대들조차 아연하게 만든다.

소위 영페미니스트로 불리는 워마드, 아마도 워먼노마드의 준말일 듯싶은 이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네티즌 그룹들의 극단적 남성혐오를 넘어선 증오의 발현은 일베 못지 않은 파괴적 현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런저런 정치적 해석들을 내놓기도 하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편승한 세력이 일부 있다 해서 워마드 현상을 곧바로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기는 우리 사회의 보수나 진보나 피차일반인성 싶은데 남성혐오나 여성혐오 또한 서로 너무 닮았다. 그 현상의 바탕에는 사회적 불안, 피해의식 등이 깔려있는 듯해서 좀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사회적 불안감이 커질수록 변화가 두려운 기성세대와 누군가를 향한 증오로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현상이다. 그래서 더 사회공동체 안에서 철학적 고민들이 필요하다. 고정관념도 증오도 다 역사의 진행을 가로막을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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