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삼성이 대규모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애초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회동 후 삼성이 10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및 고용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에 여권의 투자구걸 논란으로 잠정 보류됐었다.

하지만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이 경제활성화에 대한 인식과 일자리창출 과제에 공감한 이상 삼성 내부적으로 투자계획 발표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 한 것으로 재계는 풀이한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은 김 부총리와 회동 직후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5년간 23조원, 최태원 SK 회장은 3년간 80조원, 구본준 LG 부회장은 19조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3년간 9조원 등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삼성은 8일 경제활성화와 신(新)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3년간 18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4만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신규투자 확대 △청년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사업 육성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 △상생협력 강화 등이다.

▲ 반도체·바이오 등 130조 투자 및 스타트업 지원···고용 유발 효과 70만명

삼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4차산업(인공지능(AI),5G, 바이오사업) 등에 앞으로 3년간 130조원(연 평균 4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실제 채용계획 상 3년간 고용규모는 약 2만에서 2만5000명 수준이지만 최대 2만명을 추가로 고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에도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130조원 투자에 따른 고용유발효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 40만 명 △생산에 따른 고용 유발 30만명 등 약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삼성은 전망한다.

삼성은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 사업은 오랫동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나 고령화와 만성·난치질환 증가 등 사회적 니즈 해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삼성은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의 바이오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삼성서울병원 지하 실험실에서 12명으로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1년 인천 송도 매립지 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는 등 바이오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위탁생산(CMO) 시장점유율(M/S) 세계 3위 기업으로 성장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회사 설립 이후 짧은 기간 동안 바이오시밀러 제품 3종을 출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은 소프트웨어 역량과 스타트업 지원 경험을 적극 활용해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한다는 복안이다.

앞으로 5년 간 청년 취업 준비생 1만 명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포함한 전국 4~5곳에 교육장을 마련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첫해는 1000명 수준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교육 기간 중 매월 일정액의 교육지원비를 교육생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성적 우수자들에게는 삼성 관계사의 해외 연구소 실습 기회를 부여하고 일부는 직접 채용을 검토하는 한편, 국내외 기업 취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은 스타트업 과제 지원을 통해서도 일자리 창출에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앞으로 5년간 500개 스타트업 과제를 지원한다.

우선 삼성은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Lab 인사이드'를 확대해 200개 과제의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C-Lab(Creative-Lab) 제도는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지난 2012년에 도입됐다. 창업·분사 이후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5년 이내에 복직이 가능하다.

▲ 4차 산업혁명 선도 사업 집중 육성···산학협력 규모 1000억 확대

삼성은 '4차 산업혁명 선도'와 '삶의 질 향상'을 주제로 AI·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한국 AI 센터를 허브로 글로벌 연구 거점에 인재 1000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칩셋·단말·장비 등 전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주도해,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5G 인프라는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로봇,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신산업 발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삼성은 기대한다.

삼성은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해 자율주행 SoC(System-on-Chip/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전장부품 기술에도 집중투자 할 예정이다.

삼성은 산학협력을 비롯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 추진해 국내 혁신 생태계 조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연간 400억원(반도체 300억원, 디스플레이 100억원) 수준인 산학협력 규모를 앞으로 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상생협력 프로그램 4조원으로 확대···3차 협력사까지 지원

삼성은 중소기업과의 상생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을 통해서도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정부와 함께 '스마트 팩토리 4.0'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과 중소벤처기업부는 앞으로 5년간 1100억원을 조성해 중소기업 2500개사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5년 간 일자리 약 1만5000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삼성은 기대한다.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도 총 4조원으로 확대한다. 삼성은 1·2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해 온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기 위해 총 7000억원 규모의 3차 협력사 전용펀드(상생펀드 및 물대지원펀드)를 추가로 조성한다.

삼성은 협력사의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는 '상생펀드'에 4000억원 △물대 현금 결제를 위한 '물대지원펀드'에 3000억원을 각각 조성해 3차 협력사를 지원할 방침이다.

협력사들은 상생펀드를 통해 최대 90억원 한도 내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받아 시설투자, R&D,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대지원펀드는 무이자로 대출할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된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은 관계사 이사회 보고를 거친 것"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지속해서 실행해 삼성과 중소기업, 청년이 윈윈(Win-win) 할 수 있고 국가 경제의 지속 성장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