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국악으로 무더위 여름나기
[김무종의 세상보기] 국악으로 무더위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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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목원대학교에서 국악 공연이 있다 해 짬을 내기로 했다. 필자는 국악에 문외한이다. 아쟁과 해금이 헷갈린다. 대학 때 한 후배가 고 황병기 명인의 가야금을 좋아해 테이프를 하나 구매해 들어본 적이 있는데 한 여름에 시원한 느낌이 일품이었다. 더위를 이렇게 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 정도가 국악에 대한 한 추억이다.

옛날에는 텔레비전에서 마당극도 자주 틀어줘 관심 있게 보곤 했는데 지금은 시청자의 무관심 때문인지 방송사에 도움이 안되는 것인지 국악을 접하기가 어렵다.

무더위 한여름 대전에서 ‘남도음악의 맥’ 주제로 열린 한밭예술가무단 정기공연은 김정민 명창(한밭전통예술협회 이사장)이 전국 국악 신예들을 선발, 육성하기 위해 만든 올해 2회 째 가람전국국악경연대회의 전야제다. 지난 4~5일 주말 중 240여명이 참가한 경연대회에서 장지원(일반부 성악) 씨와 안준서(학생부 관악) 군이 각각 대상을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전야제의 관심 프로그램은 진도북춤이었다. 꽹과리와 장구, 북, 징, 태평소가 어우러진 국악 관현악 속에 강은영 명인의 예사롭지 않은 춤사위에 빠져든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판소리였다. 김일구 명창이 심청가 한 대목을 내질렀다. 국악계 원로인 김일구(78) 명창의 나이는 온데간데없고 시원하고 막힘 없는 소리가 관중을 사로잡는다. 아니리도 여유롭고 구수하다. 사회자의 권유로 덤으로 이어진 아쟁산조도 압권이었다. 공력 때문인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막힘이 없다.

뒤늦게 김일구 명창에 대해 안 사실이지만 소리길에 들어선 지가 올해가 70년이라 한다. 그의 아쟁산조는 ‘김일구류’란 유파(流派)를 정립했다. 가야금에도 능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준보유자인데 전야제에서 당초 적벽가를 하기로 돼 있었다. 이날 심청가로 바뀐 사연은 그가 적벽가와 심청가 중 어떤 것을 듣고 싶냐고 관객에게 물어본, 민주적 즉석 투표(?)의 결과이다. 그는 명창이란 칭호가 민주적 총의로 정해진다는 것을 알고 판소리 주제도 당일 우회한 것일까.

지순자 명인의 성금연류 가야금산조 등 모든 전야제 프로그램이 조화롭고 귀와 눈과 마음을 즐겁고 편안하게 했다. 지순자 명인은 최초의 가야금산조 예능보유자인 성금연 명인의 따님이라 한다.

조선 영조 때부터는 관아 아전들이 전국의 소리 광대를 초청해 연례적으로 놀이 판을 벌였다. 전주대사습이 대표적으로 일종의 명창 등용문이었던 셈이다. 일제 때 맥이 끊겼다 다시 복원돼 활성화가 기대된다. 가람전국국악경연대회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창과 명인 등용문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경연대회 전야제에서 김일구 명창이 심청가를 띄우기 전, “관객이 없는 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이렇게 찾아주시어 고맙다”는 대목이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무더위에 접한 국악은 힐링을 주는 시원함 그 이상이었다. 여름이 앞으로 5~10월까지 길어진다 한다. 여름이 가기 전 국악이 있는 곳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피서법일 것이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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