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칼럼] 위기 '분류' 기준
[김진항 칼럼] 위기 '분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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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위기는 다양한 명칭 때문에 혼란스러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자가 말했듯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실한 '정명'이 필요하다. 위기도 마찬가지다. 어떤 위기인지 분명한 명칭을 붙여야 관리하기 쉽다. 

위기관리를 위해 위기의 성격과 특징을 고려해 유형별로 구분하는 게 좋다. 무엇을 구분하려면 반드시 '배타성'과 '수준유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를 돕기 위한 분류가 오히려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타성 원칙은 분류된 항목들 간에 겹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수준유지 원칙은 급이 다른 내용을 같은 급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원칙을 적용해 동일 수준 항목들이 상호 배타성을 갖도록 분류하면, 다양한 위기를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위기는 전개 속도, 유기체 성격, 핵심 가치, 조성주체 유무에 따라 분류 가능하다. 

첫째, 전개 속도에 의한 분류다. 위기 전개 속도는 대응방식을 결정한다. 위기는 긴박하거나 완만하게 전개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천재지변을 비롯해 화재, 대형사고, 인질, 적의 도발 등 생명과 재산 같은 핵심 가치가 위태로운 상황이어서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반면 후자는 전염병과 가축질병, 환경오염, 금융위기, 가뭄 등 전개 속도가 완만하기 때문에 전체 맥락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유기체 성격에 의한 분류다. 위기란 유기체의 핵심 가치가 심각한 위험에 처한 상태를 뜻한다. 유기체 성격에 따라 개인에게 닥친 위기, 가정에 발생하는 위기, 기업·사회단체·국가의 위기로 분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유기체에게 발생했는지가 문제다. 이것은 위기관리 주체를 인식하기 위해 긴요하다. 

셋째, 핵심 가치에 의한 분류다. 모든 유기체의 핵심 가치는 생존과 번영(번식)이므로, 생존과 번영의 위기로 분류할 수 있다. 또 두 가지 핵심 가치의 하위체계를 감안해 물적 위기, 정신적 위기, 시스템 부조화 위기로 나뉘는데, 유기체의 핵심 가치 범주에 의해 결정되고 상황변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핵심 가치가 위험에 처한 것인가를 알아내야 위기관리 목표를 정할 수 있다. 어떤 가치가 위험에 처했는지조차 모른다면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 핵심 가치에 의해 위기를 정확하게 분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성주체 유무에 의한 분류다. 위기를 조성하는 주체 유무에 따라 위협으로부터 위기와 위험으로부터 위기로 분류 가능하다. 위기에 대한 연구 초기에 시작된 국가위기처럼 위기조성 주체가 있을 경우 위기조성 인자가 위협이다. 적대국이나 인질범, 강성노조 등의 무리한 요구는, 이에 대처하는 유기체 입장에서 위기다. 

자연재해처럼 위기를 만드는 주체가 없는 경우 바로 위험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위험에 의한 위기는 2·3차적 위기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 위기는 주로 관련기관이나 관련자들의 관리부실 탓에 발생한다. 따라서 누구에 의해 생긴 것인지 알아야 관리하기 쉽다. 

위기를 분류하기 위한 네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이 기준들은 위기를 다면체의 다른 각도에서 본 것과 같다. 한 위기는 다양한 각도에서 본 기준으로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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