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폭염, 경제의 새로운 변수
[홍승희 칼럼] 폭염, 경제의 새로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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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 접어들 무렵엔 더위가 좀 늦게 찾아오나 싶더니 요즘은 웬만하면 외출을 삼가게 될 만큼 극심한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겨울 난방비의 2배 이상을 여름 전기료로 지불해야 했던 지난해 여름은 이제 비교할 대상도 못될 듯해 걱정스럽지만 그렇다고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지낼 방도가 없다.

예년 같으면 전기료 아끼라고 근심하던 90대의 아버지도 올해는 종일 에어컨을 키는데도 별 말씀이 없으시다. 재활운동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에 온종일 집안에만 갇혀 지내시는 아버지를 보는 것이 안타깝지만 도리가 없다.

주변인들의 생활패턴 또한 견디기 힘든 더위에 상당히 달라져가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의 하나로는 아예 집안에서 가스 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식생활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열을 낼만한 것은 가급적 피하려 들다보니 그렇단다.

일전 동네 병원에 들렀더니 평소 늘 생글거리던 중년의 의사가 축 늘어져서는 환자의 얘기에도 집중을 못하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다고 약하게나마 에어컨을 켜놓은 병원이 대단히 더운 것도 아니었음에도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활동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서인지 20대 젊은이들 중에도 열사병 증상을 보이는 사례도 보았다. 그 때문에 한밤중에 응급실로 달려가고 이것저것 검사와 진료가 줄을 이어 녹초가 된 가족의 얘기에 무더위가 한층 더 한 느낌이었다.

필자 또한 집중력 저하 탓인지 교차로에서 순간적인 착각으로 차량 접촉사고를 냈다. 그냥 보험처리하고 끝나면 될 일인 성 싶지만 상대 운전자는 있는 대로 짜증을 내고 잔소리를 퍼붓는다. 사고를 낸 이쪽도 짜증이 나는데 당한 입장에선 오죽하랴 싶으면서도 감정 다스리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엔 차 수리를 맡긴 곳에서 평소보다 하루 이상 일이 지연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너무 더워 직원들의 작업능률이 도저히 안 나서 일이 지연되는 것이니 양해해 달란다. 달리 뭐라 할 말도 없다.

문제는 그렇게 며칠 차를 맡겨놓고 보니 더더욱 외출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적어도 5~10분은 밖에서 움직이고 기다려야 할 일이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탓이다.

그럼에도 직장인들은 어떻게든 매일 출퇴근을 해야 하고 업무상 출장을 다녀야 하니 이 폭염과 그야말로 맞서 싸우는 셈이다. 동네 자영업자들은 집안에서 꼼짝도 않는 소비자들 때문에 장사 파리 날린다고 한숨 쉰다는 소리도 방송에서 연일 떠든다. 하다못해 해수욕장에서도 일몰 후에나 사람들이 해변으로 나서는 까닭에 여름 대목을 노렸던 상인들의 하소연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또 어린이집 통원 차량에 방치된 아이 소식이 들린다. 운전자의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이런 뉴스들이 올 여름 너무 잦다. 그나마 각급 학교들이 방학 중인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싶다.

이처럼 주변에서 소소하게 발견하는 사례만 해도 폭염이 몰고 오는 경제적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니 국가 경제 차원에서나 기업 경영 측면에서나 폭염을 포함한 각종 기상이변이 초래할 파장은 또 얼마만 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에서, 또 각 기업 차원에서 앞으로도 계속 닥쳐올 기상이변과 그로인한 경제적 파급력을 제대로 연구, 분석해 내고 그에 대응할 대책들을 마련해 나가야만 한다. 이미 앞선 기업들도 있겠지만 어물어물 일시적인 자연의 변덕 정도로만 여기며 기회를 놓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기업은 그들 나름대로의 길을 모색하겠지만 무엇보다 국가경제의 틀을 관리하는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더 예민하게 기상변화가 언제까지, 얼마까지 나타날 것인지를 관측하고 대응전략을 세울 연구조직을 갖춰야 한다. 환경부와 경제부처들 외에도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몰고올 기상변화와 관련된 여러 부처들이 공동으로 연구조직을 이루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빙하기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학계 일각에서는 나오는 판이니 그런 방향까지 고려하며 장기, 중기, 단기적 대책을 마련해나갈 연구조직이 보다 확실한 구성으로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 올해의 폭염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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