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업 체감경기 악화…메르스 사태 이후 하락폭 최대
7월 기업 체감경기 악화…메르스 사태 이후 하락폭 최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수부진·美中 무역분쟁 격화·계절적 요인 영향
8월 BSI 전망치도 내리 하락세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주요 경제지표들이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분석과 달리 기업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꾸준히 제기된 기업들의 내수부진 불안감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석유화학·자동차·전자 등 우리 제조업 대표선수들의 업황도 꺾이는 모양새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업황BSI는 한달 사이 6p 내린 74를 기록했다. 이는 3개월 만에 하락 반전으로 지난 3월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하락폭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맞았던 2016년 5월(-7p) 이후 가장 컸다. 

이는 한은이 지난 13~20일 전국 제조업 1966곳, 비제조업 1303곳에 업황을 물은 결과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상황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많고, 그 이하면 나쁘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이 가속한데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위협,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미국과 중국이 340억달러 규모의 관세폭탄을 주고 받는 무역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수입하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논의 중이다. 국내에선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고용난, 내수 둔화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공장들이 문을 닫는 등 계절적 요인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주요 업종별BSI를 보면 화학제품(102→91)과 자동차(72→65)가 각각 전월 대비 11p, 7p씩 큰폭 하락했다. 화학제품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 발발로 중국 수요가 위축되면 당장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는 완성차 업체의 국내외 생산, 판매 부진 지속 및 미국의 수입자동차 관세부과 우려가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판매 둔화가 계속되며 전자·영상·통신장비(89→85)도 4p 떨어졌다. 
 
제조업 체감경기는 대·중소기업, 수출·내수기업 구분 없이 타격을 입었다. 대기업(77)과 중소기업(72) 모두 전월 대비 6p, 5p씩 내렸다. 같은 기간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3p, 7p 각각 내려간 81, 71을 기록했다. 제조기업들이 주목한 경영 애로사항은 내수부진이 20.9%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인력난·인건비 상승(14.2%), 불확실한 경제상황(12.6%), 수출부진(10.2%), 경쟁심화(9.2%) 등이 꼽혔다. 

이달 비제조업 업황BSI(76)는 전월 대비 4p 하락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 공공부문 투자 감소로 전문·과학·기술(86→74)이 무려 12p 미끄러졌고 건설업(76→73)도 3p 하락했다. 휴가철에 따른 영업일수 감소 및 내수부진 영향으로 도소매업(79→74)도 5p 내렸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다음달 업황에 대해 이달보다 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기업들이 경기를 보는 시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의 8월 업황전망BSI는 전자·영상·통신장비(-5p), 화학제품(-9p) 등을 중심으로 지난달 전망 대비 7p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비제조업의 업황전망BSI(74)도 지난달 전망보다 6p 떨어질 전망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와 소비자동향지수를 합성한 7월 경제심리지수(ESI)는 93.1로 전월보다 5.1p 내렸다. 계절적 요인과 불규칙 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95.5로 전월 대비 0.5p 하락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