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차명계좌 '꼼수 운용' 차단한다···실소유자 과세
재벌 차명계좌 '꼼수 운용' 차단한다···실소유자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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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증여분부터 적용···"수탁자가 '을' 지위 경우 많은 점 고려"
김동연 부총리(오른쪽)와 김병규 세제실장이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오른쪽)와 김병규 세제실장이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앞으로 조세 회피를 위해 차명계좌로 증여세를 내야 할 때는 명의를 빌려준 수탁인이 아닌 실제 소유자인 신탁인이 이를 내야 한다.

재산 실소유자에게 과세의무를 부담해 불법 차명계좌가 생겨날 수 있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정부는 30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제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등기(登記) 등이 필요한 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를 때 명의자가 그 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실제 소유자가 명의신탁으로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런데도 증여세 납부 의무를 지는 명의대여자 대부분이 본인 의자와 무관하게 재산 신탁을 강요받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재벌 총수들이 기업의 임원 등 부하 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명의를 빌려줬다는 이유로 실제 소유자가 아닌 명의자에게 증여세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8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재산 4조5000억원 등 일부 재벌의 명의신탁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았으나 차명재산은 재산신탁자와 명의대여자 간 '침묵의 카르텔'로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이다.

명의신탁 행위가 강요로 이뤄졌다고 해도 재산 신탁자는 조세 회피를 위해, 명의 대여자는 증여세 회피를 위해 차명계좌 운용 사실을 철저히 감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납세 의무를 실소유자가 부담하도록 하면 명의 대여자가 과세 의무에서 벗어나게 돼 재산 신탁자와 담합이 깨질 수 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납부의무자가 실제 소유자로 변경되는 것은 내년 1월 1일 이후 증여받은 것으로 보는 증여의제 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실제 법 시행일인 내년 이전에 발생한 증여의제는 모두 과거 규정과 같이 명의자가 증여세 납부의무자이며 실제 소유자는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대부분 수탁자는 신탁자보다 '을'의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증여세 납부의무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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