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증시에…IPO 대어 '비실비실'
더위 먹은 증시에…IPO 대어 '비실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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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롯데정보통신, 공모가 밴드 하회·청약 저조
증시 부진 속 성장성·고평가 등 논란에 투자자들 '외면'
티웨이항공(왼쪽)·롯데정보통신(사진=각 사)
티웨이항공(왼쪽)·롯데정보통신(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 하반기 기업공개(IP0) 시장의 '대어'(大魚)로 거론됐던 티웨이항공, 롯데정보통신 모두 흥행에서 참패를 겪었다. 기대를 안고 IPO 시장에 등판했지만, 나란히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에 못 미치는 선에서 공모가가 확정되는가 하면,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저버렸다.

최근 증시가 장기간 부침을 겪으면서 IPO 시장에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고, 해당 기업에 대한 성장성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등 갖가지 논란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지난 17~18일 430곳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1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경쟁률은 23.03대 1에 그쳤고, 결정된 공모가는 희망 밴드 가격(1만4600원~1만6700원)을 17.8%~28.1% 밑도는 수준이다.

티웨이항공 측은 "냉랭한 항공 시장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시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모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은 공모 청약에서도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의 상장 주관사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23~24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 경쟁률 1.15대 1에 그쳤다. 총 320만 주 모집에 368만5530주가 모였고, 청약증거금도 221억1318만 원에 그쳤다. 희망 밴드보다 낮게 결정된 공모가로, 가격 메리트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모일 것이란 당초 전망이 무색했다.

롯데지주 출범 후 그룹 내 처음으로 IPO에 나선 시스템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롯데정보통신도 흥행 실패에 고개를 숙였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17~18일 공모청약에서 경쟁률 34.22대 1을, 수요예측에서는 79.3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2만8300~3만3800원) 하단 범위인 2만9800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 희망 범위 최하단인 2만8300원 이하를 제시한 기관투자자는 전체의 27.36%를 기록했다. 3만1000원 이하를 제시한 기관투자자는 전체의 72.66%에 달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코스피 시장 상장 첫날인 이날 장중 약세를 보인 끝에 시초가 대비 1550원(5.07%) 떨어진 2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3만1000원)보다도 6% 이상 밑돌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외국인과 기관이 롯데정보통신의 주식 90억 원가량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올해 들어 IPO시장에서 '대어'들의 굴욕이 잇따른다. 공모 규모만 최대 2조 원에 달해 '최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SK루브리컨츠는 지난 4월, 공모가 희망 밴드를 밑도는 수요가 들어오자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상반기 유일한 코스피 상장사였던 애경산업도 공모가가 희망범위(2만9100원~3만4100원) 최하단에서 결정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IPO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대기업들이 예상과 달리 맥을 못 추는 이유로 부진한 증시 속에서 흥행할 만한 재료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증권사 스몰캡 한 연구원은 "증시가 수개월간 지속하는 무역분쟁 등 이슈에 휘청이면서 공모주를 비롯한 투자 심리가 약화하는 모습"이라며 "투자자들 역시 해당 기업의 성장성이나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시스템통합(SI) 업계 특유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매출액 1839억원과 영업이익 5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도 3.1%, 2.5%로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여기에 롯데지주를 비롯,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그룹 계열사를 통한 매출의 비중이 대다수를 차지해 성장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 별도 기준 지난해 롯데정보통신의 매출액 1232억원 가운데 계열사와의 거래로 거둔 매출은 1153억원에 달해, 전체의 93.6%를 기록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과거 자본잠식을 딛고 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하면서 IPO시장에서 기대를 했지만, 여러 악재에 직면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우선 상반기에만 20% 오른 국제유가로 인해 비용 부담이 늘었다. 같은 LCC업체인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유가 급등으로 2분기 실적 우려가 부각하며 지난달 이후 주가가 20% 안팎으로 빠졌다. 

'고평가 논란'에도 자유롭지 못했다. 티웨이항공은 비교기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같은 LCC인 진에어를 제외하고 PER가 높은 세 곳의 여행사를 유사기업으로 선정해 PER 17배 수준으로 정했다. 국내 LCC 1~2위인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LCC는 13배 안팎이다.

이와 함께 '오너 리스크', '기내식 사태' 등 최근 사회적으로 불거진 사건들로 항공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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