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인질 사태, 돌파구는 없나?
'샌드위치' 인질 사태, 돌파구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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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연연하기보다 대화통로 확보 중요"
"탈레반, 미국보다 무서운 게 아랍권고립"
"여성인질 살해 부당성, 지룃대로 활용을"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한국정부가 탈레반과의 '직접접촉'을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질사태의 실마리는 일단 잡았다. 그러나, 정작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우리가 원하는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는 여전히 장애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탈레반측은 "한국측과의 협상에 만족한다"며 "당분간 인질을 살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화답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급할 불을 끈 것에 불과하다.
당장, 접촉하자는 데 합의하고도 장소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탈레반은 자신들의 구역에서 만나기를, 우리측은 신변문제 등을 들어 다국적군 관할 지역을 각각 주장하면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만약, 어렵사리 접촉장소를 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측이 꺼내 놓을 수 있는 협상카드는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측은 "한국측이 포로석방을 약속했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이는 상식적으로 한국측 협상자가 누구이든 약속했을 리가 만무하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밖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3일 탈레반측과의 직접 접촉의 첫 번째 목적이 인질과 포로 맞교환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이는 분명해 졌다.
결국, 탈레반측의 일방적 주장이거나, 언론플레이내지는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탈레반의 이같은 주장이 왜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는가?
우리측을 압박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과 아프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전술적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우리가 미국과 아프칸을 설득해서 포로를 맞교환할 수 없는 입장이고, 만약 그 같은 입장이 재확인될 경우, 잘 될 듯하던 협상은 지금까지의 상황보다도 더 험악한 방향으로 꼬여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탈레반과의 직접협상은 일종의 '도박'(어쩔 수없는 선택)이다  
때문에, 현재로선, 탈레반과의 직접협상으로 시간을 벌어 놓은 것 말고는 그 어떤 성과도 장담할 수 없다.  
형식적으로는 협상이 잘 되는 듯 하지만, 현재의 소강국면은 달리 말하면 태풍전야일 수도 있다. 우리가 처한 형국은 딜레마다.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아프칸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포로와의 맞교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온 터이니,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미국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
국무부 바우처 차관보는 부시대통령과 카르자이 아프칸 대총령간 정상회담을 앞둔 2일  "탈레반이 인질들을 석방하도록 모든 압력이 가해질 필요가 있다"며 "군사적 압력도 우리가 지닌 여러 가지 수단들 중 하나"라고 입을 열었다. 물론, 인질들이 무사히 평화적이고 안전하게 풀려나게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만, '외교적 수사'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기본 입장이 '타협은 없다'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포로와의 맞교환은 여전히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런데, 미국은 여기에서도 한 발짝 더 나아가 '군사작전'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왔다.
이로써, 미국의 이번 인질사태에 대한 입장은 거의 분명해 진 셈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직접접촉을 갖기도 전에 우리가 처한 샌드위치 상황.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우선, 협상통로를 확보,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프칸 정부나 미국등 주변상황과 무관하게 언제라도 접촉이 가능한 통로를 만들어 놓는 게 상책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접촉장소와 관련해서도 신변안전만 보장되면 보다 유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협상의 본질을 포로 교환이나 몸값같은 '구체적인 대상'에서 '시간'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전제하에, 먼저 인질과 포로와의 맞교환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한다.
탈레반에게는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미국과 아프칸을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여자인질과 몸 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부 탈레반 포로와 맞교환하는 것은 아주 불가능한 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는 탈레반과 밀고 당기면서 다양한 방식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여성인질 살해의 부당성을 협상의 지룃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탈레반의 궁극적인 목표는 카르자이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있다.
때문에, 그들이 미군보다 무서워하는 것은 아랍권으로부터 외면받는 것이다.
즉, 군사적 고립보다 더 두려운 게 외교적 고립인 셈이다. 이 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협상창구가 열려있는 한, 적어도 여성인질을 살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외교력을 통한 국제여론을 최대한 활용해해야 한다.
이를 테면, 알자리라나 AIP같은 중동(아랍)언론을 이용하면, 유효한 압박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속에 탈레반도 지치다 보면, 요구조건을 완화시키거나 변경할 수도 있다고도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해결의 핵심은 상황을 '시간싸움'으로 몰고가는 것. 그러려면, 탈레반과는 협상의 끈을, 미국과는 외교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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