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자영업 경쟁력
[김무종의 세상보기] 자영업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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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몇몇 단골 식당을 찾을 때면 으레 요즈음 경기를 물어보곤 한다. 늘상 돌아오는 답은 "IMF 이후 더 어려워졌지 나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야 할지 모르지만 소규모 식당을 운영하는 나이 드신 사장님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실제 통계도 소상공인인 자영업이 나아졌다는 소식을 듣기 힘들다. 서울지역 창업률은 2.4%이지만 폐업률은 두배인 4.3%이다. 만들어지는 것보다 망하는 곳이 많다.

올 상반기 서울 상가 점포 매물 수는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그만큼 장사가 안된다는 얘기다.

40대 이상 시니어는 자신의 경험을 살리지 못하고 치킨, 빵, 커피 등 외식(식당)사업에 뛰어든다. 기술형 창업은 20%에 불과하다.

자영업이 앞으로 나아질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자영업자는 줄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 규모는 600만명에 가깝고, 무급 가족 종사자 120여만명을 포함하면 전체 취업자의 25%에 달한다. 중층과 하층 자영업자의 소득은 임금 근로자보다 못한 실정이다.

“직장 때려치우고 자영업한다”는 말은 과거 자영업 돈벌이가 직장보다는 낫다는 의미였지만 이젠 옛말이 됐고 “마지못해 할 게 없어 한다”는 의미로 변했다.

자영업 어려움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다. 골목상권 이슈가 팽배할 때는 마치 대기업 브랜드가 자영업이 어려운 이유의 전부인 냥 비춰졌지만 현실은 소비자의 선택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히려 자영업의 경쟁 대상은 한집 건너 유사 가게가 있는 자영업이다. 대기업 식당도 소비자가 제발로 찾아가는 자영업에 무릎 꿇는 세상이다.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자영업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식당을 예로 들면 ‘맛’과 ‘위생’을 강조하고 싶다.

기본을 지키지 않은 곳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식당의 기본은 우선 맛이다. 수많은 식당을 접해본 소비자 입맛은 예전 같지 않고 까다롭다. 맛없는 집은 냉정하게 두 번 다시 찾지 않는다. 요리했다고 잘 팔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차별화되면서도 객관적으로 검증된 맛에 집중해야 한다.

막걸리를 예로 들어보자. 전통적인 막걸리는 신맛이 강하고 텁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성 고객을 놓치는 가하면 기피 고객이 생긴다.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서울장수막걸리의 경우 단맛, 신맛, 쓴맛 등 균형 잡힌 맛 구현으로 고객 취향을 사로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전국적인 소규모 막걸리 생산자들이 자신 만의 맛과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 번째, 위생을 빼놓을 수 없다. 먹는 사업은 최대의 리스크가 위생이다. 위생 법규 위반 시 영업정지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고객은 위생을 게을리하는 식당은 재방문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 최근 속초의 명물인 만석닭강정 사례는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 빠르게 확대 재생산됐고 고객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같은 사례는 통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마케팅, 인테리어 등과 같은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맛·위생과 같은 기본에 충실하라. 기본기는 비단 식당이 아닌 자영업 모두에게 적용한다. 기본을 만들고 창업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에 자영업 담당 비서관실을 신설하고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같은 날 중기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지원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없애주겠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민경제를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레토릭은 지금까지 여러 정권을 되풀이해오며 나온 것이기에 자영업은 그런가 보다 하고 반신반의할 수도 있다.

자영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정부가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과거의 정책수단이 실패한 사례가 많은 만큼 경쟁력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처음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아무리 자영업이 경쟁력이 있어도 경기침체에는 백약이 무효할 수 있다. 경기가 침체되지 않도록 하고 완급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기에 해당할 것이다. 자영업은 내수의 시작이자 종결, 그리고 바로미터이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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