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칼럼] 모든 위기는 사고에서 출발한다
[김진항 칼럼] 모든 위기는 사고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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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재난이나 위기는 사고로부터 발전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는 바로 재난이 되고 나아가 위기가 된다. 사고·재난·위기를 동시에 관리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차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구태여 구분한다면, 사고 관리는 시스템 작동이 정상화되도록 노력하는데 집중해야 하고, 재난 관리는 그 사고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는 이해당사자들의 고통을 감소시키는 노력이다. 그리고 위기 관리는 사고로 인해 관련된 유기체의 핵심적 가치에 가해진 위협이나 위험을 제거하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작은 사고가 재난을 거쳐 위기까지 발전하는 과정은 관리 주체의 역량과 관계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시스템 내 역량으로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면 그것은 단순한 사고로 끝난다. 

단순 사고는 그 자체로서 시스템의 생산성에 약간의 차질이 발생하지만 성공적 사고 관리 과정을 통해서 동일한 사고의 재발방지와 사고 발생 시 즉각 수습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기는 부수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고 관리가 적절하지 못하여 기대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면 재난으로 발전한다. 

재난이란 피해당사자가 상당한 어려움을 느껴 상위 시스템의 지원이 필요하다. 재난 역시 관리 능력이 관건이다. 재난 관리가 적절하면 사고 당사자 상위 시스템의 범위 내에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부수적으로 상위 시스템은 재난 관리 역량이 부각되어 신뢰 획득과 리더십에 대해 좋은 평가를 얻을 것이다. 

재난 관리가 적절하지 못할 경우 위기로 발전한다. 사고로 발생된 재난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난을 관리한 유기체의 핵심 가치가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상위 시스템의 존재적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발전한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면 여론으로 부터 신뢰를 획득하고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위기관리가 적절하지 못하면 능력에 불신을 받게 되고 이 신뢰의 위기는 유기체의 핵심적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유기체가 무력한 상태가 되거나 완전 소멸로 이어진다. 

사고가 재난을 거쳐 위기로 발전하는 속도는, 지배하고 있는 환경과 사고의 여파가 전파되는 속도에 비례한다. 화재나 교통사고, 폭발사고 등 골든타임(Golden-time)이 짧은 경우는 대응속도 역시 긴박성을 요구하는데 사전에 충분한 자원의 준비와 관계 요원의 숙달된 훈련이 핵심이다. 그러나 전염병이나 가축질병 같이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는 그 위협의 공포를 어떻게 통제하는가에 달려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 년의 메르스 사태는 이를 설명하는 데 아주 좋은 사례다. 세월호 참사는 만약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이 승객을 제대로 구조했다면, 단순한 해난사고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왕좌왕하면서 책임자들이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많은 승객의 생명이 위협을 받게 되자, 재난으로 발전했다. 그 상황에서 해경을 비롯한 안전행전부가 체계적으로 재난 관리를 했더라면 국가위기 상황으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메르스 사태는 전염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었다. 최초 발생한 평택의 한 병원에서 메르스의 심각성을 알고 그 자체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원점을 강력히 통제했다면 '단순사고'였을 수 있다. 그러나 전염병 통제에 대한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메르스의 매개 경로도 알지 못한 채 확산되어 재난으로 발전했고, 국가적 위기로 번졌다.

모든 조직의 책임자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고는 조기에 수습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훈련해야 한다. 그것이 위기를 방지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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