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애국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홍승희 칼럼] 애국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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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테러리스트들을 법적 절차를 초월해 처벌할 수 있는 애국법이 있다고 알고 있다. 실제 집행과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일단 테러리스트로 분류되는 순간, 애국법의 대상이 되는 순간 미국의 법이 그들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남의 나라 법률에 대해 왈가왈부 할 생각은 없지만 필자는 실상 법위의 법과 같은 그 애국법을 조금은 야만스럽게 봐 왔었다. 그러나 최근 헬기의 추락장면 영상을 보면서 그런 불량기기를 군에 납품한 업자들에 대해 분노가 치밀며 우리도 애국법 같은 걸 만들어 비리 방산업체나 관계자들을 처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민주화 과정에서 이미 초법적 권력남용에 의해 얼마나 이 나라의 인권이 짓밟혔었던가를 두 눈으로 보고 살아온 세대로서 실제로 애국법과 같은 법 위의 법이 생기는 걸 동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불량무기와 불량 군수물자들이 국가 안보에 구멍을 뚫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국가가 애써 양성한 유능한 인력, 젊고 무고한 장병들이 희생당하는 장면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기에 그들 납품업체나 그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력하게 할 대책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든다.

헬기만 문제도 아니다. 과거 K1 소총을 처음 개발했을 때도 충분한 현장 시험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일선부대에 배치해서 갖가지 우스운 사태들이 벌어졌다고 당시 군복무를 경험한 예비역들에게 들었다. 총알이 나가는 대신 불을 뿜어내는 소총이라니 만약 실제 야간 전투중이었다면 적어도 그 부대는 적에게 위치를 고스란히 노출 당해 전멸 당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자폭무기가 되고 말 것이었다.

게다가 영점도 제대로 안 맞는 엉터리 소총으로 국제사회에서 비웃음을 샀다고 들었다. 미치 자국 군대에서의 시험훈련조차 마치지 못한 방산무기들을 해외수출을 한답시고 언론에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후발개도국으로 수출된 그 무기들이 얼마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과 평판을 깎아먹었을지는 불 보듯 훤하다.

무기 뿐만도 아니다. 겨울철 행군 한번 하고나면 바닥이 부러져버리는 군화라든가 소소한 군수품의 불량문제는 군 경험이 있는 많은 이들이 줄지어 증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건 군대를 국민과 국가를 수호할 소중한 인력으로 보는 대신 마구 소모하다 버려도 좋을 소모품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수의 신의 아들들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국민 모두가 군인 아니면 그 가족으로서의 경험을 가진 나라에서 이런 불량 군수품들이 버젓이 나돌 수 있다는 것은 국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임에도 단지 보도 통제가 용이한 군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제껏 그저 몇 차례 언론에 오르내리는 데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헬기 사고에 대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인식에 동의하면서도 필자는 자식을 기른 부모의 입장에서 그보다 먼저 그런 불량무기들로 인해 애꿎게 희생당하는 장병들이 더 먼저 마음에 맺힌다. 멀쩡히 잘 길러 국가를 지키라고 군에 보낸 자식이, 또 젊음의 그 소중한 시간을 2년씩이나 바쳐가며 군에 간 그 병사들이 참으로 의미 없이 죽어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멘다.

병사들뿐만 아니라 조종사 한명이 길러지기까지 국가적으로나 조종사 개인적으로나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했는지를 생각하면 불량품을 납품한 이들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도 느낄 수 없다. 설사 수출에 혈안이 된 권력이, 무기 국산화에 목매단 정부가 서두르고 독촉해 시간에 쫓겼다 해도 군은 그 무기들에 대해, 또는 사소한 군수품이라 해도 군복 하나, 군화 하나에까지 수많은 시험과정을 요구해 안전한 것을 공급받도록 노력했어야 마땅하다.

과거 방산비리가 터질 때마다 군 고위 장교들 또한 무더기로 연루돼 철창신세를 진 것으로 안다. 내부의 동조자 없이 그런 비리들이 그토록 성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부패한 군대가 과연 우리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보장할 수 있겠는가.

전쟁을 할 때는 병력의 이동경로 못지않게 병참지원문제가 중요한 전략적 변수 아닌 상수라고 들었다. 만약 지금이 전시라면-아직 종전선언이 없었으니 실제적으로는 준전시라고 우리를 길들여온 군과 역대 군 출신 대통령들의 정부가 그런 방산비리에서 자유로울 만큼 깨끗했는지를 생각해보면 평화협상도 진행되기 전 상황에서도 단잠 잔 우리의 무신경이 새삼 대단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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