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받기 힘든’ 재해사망 보험금…금융당국 '일부 지급' 관행에 제동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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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일부 지급은 업계 관행" VS 금감원 "전액 지급해야"
재해사망 면책 사유인 '경미한 외부요인' 명확한 기준 없어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 기준을 놓고 보험사와 고객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한화생명에 대해 제재 조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 관행적으로 고객과 합의를 통해 정액형 보험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일부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 예정이다.

18일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한화생명과 고객 간 재해사망 보험급 지급이 보험사에 유리하게 해석돼 있다고 판단하고 시정 조치 등 제재를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해사망 보험금을 놓고 고객과 한화생명과의 분쟁은 질병 등 다수 건"이라며 "고객이 보험금을 못받게 되는 '면책' 조건이 고객에 불리하게 해석되고 있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면책 조건인 ‘질병 또는 경미한 사고’ 기준이 애매한 경우가 많아 금감원의 이번 판단은 한화생명 외 보험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질병 또는 경미한 사고' 기준이 애매하고 표준약관에도 명확한 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기존 관행에 따라 해석하고 있어 업계 전반적인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표준약관에는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으로 발병하거나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된 경우는 보험금 지급사유가 아니라고만 명시하고 있다. 어느 정도가 경미한지, 수치나 사례가 전혀 표기돼 있지 않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시행한 '보험금 지급 적정성 검사'에서 한화생명이 정액 지급해야하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한 사례를 확인했다.

정액형 상품은 정해진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아야 맞는데, 보험사가 임의로 일부만 지급하는 것은 ‘기초서류 위반’ 소지가 있어 금감원은 살펴 보고 있다.

기초서류란 보험상품을 구성하는 기본서류로 보험사업의 운영에 관한 기본방침부터 보험계약 내용, 보험료 산정에 관한 사항 등이 기재돼 있다. 이처럼 사업 및 계약에 대한 모든 사항이 기재돼 있어 보험금 미지급, 보험계약 부당삭감 등 보험계약자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부터 단순업무 착오나 계산상 실수 등 위반 사례도 다양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중 발견한 한화생명 사례에서는 경미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해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본다"며 "금감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되도록이면 정액형 상품은 약관에 따라 지급/미지급 중 하나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사례와 같이 기준이 애매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의료자문 등을 내세워 유리한 편으로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는 경우를 염려하는 것이다. 또한 고객이 재해사망 보험금을 받기 위해 객관적 입증을 다해야 하는 어려움을 보험사가 역이용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재해보험 약관 중 일부)
(사진=재해보험 약관 중 일부)

한화생명 측은 이에 대해 “경미한 외부요인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고, 재해사망으로 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어 보험금을 일부 삭감해 지급했고 이는 업계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액형 상품이어도 기준이 모호해 민원이나 분쟁의 소지가 클 경우에는 편의상 계약자와 합의서를 작성해 일부만 지급해왔다"며 "합의서를 통한 일부 지급은 분쟁을 없애는 차원에서 해오던 것이고 지급 아니면 면책으로만 정한다면 소송 건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해사정업계 관계자는 "기여도에 따라 보험금이 다르게 산정되는 손해보험사의 약관과 달리 생명보험사는 재해사망 보험금에 대해 지급/면책으로만 갈려 소송 건이 많다"며 "경미한 요인이 30%면 보험사의 책임이 없고, 50% 이상이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례가 있긴 하지만 애매한 경우가 많아 합의서를 작성하곤 한다"고 말했다.

약관에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만약 약관에 세부적인 기준을 넣어 경미하다는 기준을 30%로 정하면 보험사는 의료자문 등을 통해 29%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보험사의 의료자문제도 등도 문제점이 있는 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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