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등록하느니 물려주자"…서울 강남 아파트 증여 급증
"임대등록하느니 물려주자"…서울 강남 아파트 증여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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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6억 이상 주택 세제혜택 없고 종부세 부담 영향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고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구체화되자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증여'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세제혜택을 기대할 수 없는 서울 강남권에서는 조세피난처로 증여를 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5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1067건으로, 전년 동기(5557건)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서울 지역 전체 증여 건수가 1만4860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개월 만에 이미 작년 거래량의 74%를 찍은 셈이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3707건)는 지난해 증여 건수(1700건)를 훌쩍 넘어섰다. 이 중 서초구는 지난해 523건에서 올해 1433건으로 3배 가까이 뛰었으며, 강동구(410→936건), 강남구(339→798건), 송파구(428→540건) 순으로 거래량이 증가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증여가 급증한 것은 지난 4월부터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시행된 데다 그간 수차례 '종합부동산세 인상' 예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보유세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향후 매매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증여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 증여 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특히 종부세 인상이 지난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정부안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면서 증여로 돌아서는 자산가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안에선 다주택자와 과세표준 6억~12억원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을 기존보다 늘렸다. 

실제 집을 3채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택의 공시가격 총액이 24억원이라고 가정해도, 기존보다 568만원(73.5%) 늘어난 1341만원의 보유세를 내야한다. 매도나 증여없이 버티기에는 세부담이 적지 않은 수준이다. 

타 지역에 비해 고가주택이 몰려있는 강남 지역은 임대사업자 등록보다 증여의 메리트가 더 크다는 판단이 짙게 깔린 분위기다.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는 주택의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정부의 임대주택등록 유인책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부담부 증여'가 인기다. 전세보증금 등 부채를 포함해 아파트를 증여하면 과세표준에 따라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의 영향이다. 증여받은 사람은 채무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고, 채무에 해당하는 부분은 증여를 하는 사람이 세를 부담하게 되는데, 전체 가액의 일정 부분이 양도세로 나눠지면서 누진세를 피할 수 있다. 

예컨대 매매가격이 13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8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전세금 8억원은 증여를 한 부모가, 나머지 5억원은 증여를 받은 자녀가 증여세를 내게 된다. 여기에서 성년자녀 인적공제를 받으면 자녀에겐 4억5000만원에 대해 20%의 누진세율만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종부세 과세 강화 충격이 현실화되기 전, 증여를 통한 다주택자들의 절세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1주택자보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강남권에서는 증여의 방법으로 세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을 짤 것"이라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자 선호현상도 강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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