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IT투자전략 '급변'
금융권 IT투자전략 '급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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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중심 투자, 기간계시스템은 뒷전
내실보다 외형에 치중···서비스 차별화 실패

금융권이 IT투자전략을 세우는데 어느 때보다 깊은 혼선을 겪고 있다.
한 해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IT투자 비용이 일단 부담이다. 더욱이 경기도 침체돼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부담은 IT전략의 부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뱅킹 등록인구 100만명을 돌파한 시대에 금융IT투자의 당위성은 CEO들도 인정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과연 IT투자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IT투자를 많이 해도 경영성과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고 업무효율성이 크게 좋아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한 시중 은행의 임원)

이는 금융권 CEO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반응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말하면 IT전략의 부재라기 보다는 IT투자의 효과에 확신이 없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반면 CEO들의 이같은 닥달은 전산담당 부서장이나 실무자들에게는 고통을 뛰어넘는 고문이다.

한 증권사 전산실무자는 CEO가 IT투자효과를 추궁할 때는 IT담당 실무자들은 마치 사기꾼으로 몰리는 듯한 기분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IT투자를 많이 하면 마치 큰 효과를 가져다 줄 것처럼 CEO들이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IT투자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공격적 투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형사의 서비스를 뒤쫓아가기 위한 방어적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방어적 투자는 기존 고객의 유출을 방어하는 데 있지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CEO와 IT실무자 사이에 IT투자의 효과에 대한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경영진은 과감한 IT투자는 하되 업무혁신과 경영지표 개선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금융권 IT전략의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PB시스템, 소호시스템, 종합자산관리시스템, 랩어카운트시스템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급함이 IT투자를 더욱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CEO에게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전시형 IT투자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돈되는 곳만··· IT투자도 양극화

금융권의 IT투자 패턴이 최근 급격히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해도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중요 컨셉은 스피드였다. 물론 지금도 이것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거래의 신속한 처리와 무장애, 무중단 서비스(24/365) 못지 않게 고객정보의 입체적인 분석과 상품의 신속한 개발, 통합고객관리 기능 등이 매우 중요하게 추가되고 있다.

차세대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최근 금융권에서 집행되는 IT투자를 분석해보면 투자의 포커스에 큰 변화가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선 CRM으로 대표되는 고객 중심의 마케팅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쉽게 말해 돈되는 소수의 고객들만 의미가 있고 이제 그들만을 위한 IT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투자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이는 금융권의 경영전략이 외형에서 수익 위주로 완전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변화에 따른 요구들이 이제는 IT부문에 피드백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부자마케팅, 즉 부자들을 위한 프라이빗 뱅킹
(PB;Private Banking)만의 전용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프라이빗 뱅킹이란 상위 10% 이내의 고수익 고객을 집중 관리해 수익위주의 경영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마케팅기법. 특히 이는 최근 몇년간 CRM기법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대형 은행과 증권사 등 전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민금융기관의 이미지가 강했던 국민은행은 최근 부자 동네인 서울 압구정동에 PB센터를 개설, 고수익 고객별 투자성향과 라이프 사이클을 감안한 재무설계, 자산운용(Asset Allocation) 등 PB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은 이달중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PB센터를 추가로 개설한다. 또 내년에는 수도권에 약 15개의 PB점포를 개설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이탈리아의 `파이낸틱스(Finantix) 솔루션을 채택해 PB 전용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솔루션은 다국적 금융회사인 CSFB가 개인종합자산관리 솔루션으로 채택한 바 있다.

조흥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 9월 `CHB 프라이빗 뱅킹이라는 고유브랜드로 10억원 이상의 소수 고액자산가 고객에게 투자전략 제공은 물론 자산포트폴리오, 세금ㆍ부동산, 건강관리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 은행은 효성데이타시스템에 위탁해 PB시스템을 별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미국의 존스홉킨스 등 4개 병원과 제휴하고 VIP고객이 해외에서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고자 할 경우 병원예약부터 비자발급, 현지통역, 숙박, 치료, 귀국후 건강관리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도 PB시스템 성격의 종합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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