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제 영향 물량 감소…재건축·재개발 '소리없는 전쟁'
환수제 영향 물량 감소…재건축·재개발 '소리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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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신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경기도의 한 신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 하반기에도 치열한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이 예고됐다. 특히 상반기에 비교적 적은 일감을 확보한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늘고 있는 경쟁업체에 비해 수주일감은 크게 줄어들고 있어, 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비롯한 정부의 강한 규제에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다, 오는 9월부터는 과도한 홍보행위가 일체 금지되면서 입지가 좋은 사업지에서는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상반기, 중견사 '약진'·대형사 '눈치보기'

10일 대한건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정비사업 시장에서는 중견건설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0대 건설사를 제외한 중견건설사들의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4조원을 웃돌아, 전체 시장의 4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그간 정비사업 시장은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형건설사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중견사들이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면서 시공권을 연이어 따낸 결과다.

한양은 7324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확보하며 대형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굵직한 규모의 대전 복수동2구역 재개발(1747억원)과 광주 누문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5577억원)을 수주했다. 호반건설도 4750억원의 일감을 확보하면서 대형사 못지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계룡건설산업과 제일건설은 각각 서울 성북구 보문2구역, 성북구 동선2구역을 수주하면서 서울에서 깃발을 세우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조합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수도권에서도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우량 사업지 추가 수주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중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가장 많은 곳은 대림산업이다. 1조3663억원을 기록하면서 유일하게 수주 1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GS건설(9187억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포스코건설과 SK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은 수주금액이 5000억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주 먹거리인 서울 강남 주요 단지 재건축 사업이 정부의 규제로 부담감이 커지자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면서 "수주 의지는 강하나, 분위기를 지켜본 후 참여하려는 건설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부산서 수주전 예고…"조용한 경쟁 이뤄질 것"

하반기엔 서울과 대구, 부산, 대전 등에서 수주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1차 재건축(1105가구)의 시공사 선정이 이르면 9월 중에 진행된다. 입지가 좋은 강남권 물량인 만큼 앞서 대치쌍용2차 재건축 사업을 품에 안은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연내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동작구 흑석11구역도 건설사들의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이 곳은 8만6000㎡부지에 지상 최고 20층, 1457가구 규모로 단지를 신축할 예정이다. 

이밖에 은평구 갈현동 갈현1구역 재개발(4140가구)과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541가구) 사업도 하반기에 시공사 선정을 앞뒀다. 각각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등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전에서는 대흥4구역 재개발, 대덕구 대화동2구역 재개발, 부산에서는 괴정5구역 등에서 시공사 선정이 이어진다.

다만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수주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환수제의 영향으로 일감 자체가 많지 않고, 정부가 재건축 수주전에서 금품 수수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건설사에 시공권을 박탈하고 2년간 입찰참가를 제한하겠다는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지난 5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르면 'OS요원'으로 불리는 홍보업체가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것도 건설사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4개월이 경과한 9월경에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하반기 정비사업 물량이 급격히 줄어서 이전에 비해 실적을 채우기가 녹록치 않아졌다"면서 "특히 최근 분위기 속에선 적극적인 홍보도 힘들어,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 후 신중하게 수주전에 뛰어들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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