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현대중공업····"경영 실패 책임 노동자에 전가"
'적자 늪' 현대중공업····"경영 실패 책임 노동자에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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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퇴직 압박···교육·휴업 무한반복"
4월 생산직 '직무 교육' 이어 사무직도 6월 말부터 실시 중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 2015년 침체기에 빠진 조선업.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의 노동자 수는 지난 몇 년간 반 토막이 났다. 올해 4월 초 업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정부 발표가 있음에도 2400명 희망퇴직 추진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고, 지난달 22일에는 일감 부족으로 해양사업부 가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다시 예고되고 있다.

해양공장 중단 사태로 희망퇴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노조는 일방적인 통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정급이 높아 수주전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사측 논리에 협력업체 중심으로 개편해 임금을 하향평준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지난 4월 생산직에 이어 6월 말에는 일부 사무직을 대상으로 '직무 능력 향상 교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두고 특정인 해고를 목표로 한 '표적 교육'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영진 판단 착오에서 비롯된 문제를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 '미래 먹거리'라더니···눈덩이 적자로 돌아온 해양플랜트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지부 자료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종사자는 2014년 말 기준 6만6880명에서 올해 5월 말 3만4048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 위기가 본격화된 2015년 이후 3만2832명이 회사를 떠난 셈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4년 말 4만836명에서 올해 5월 말에는 1만4514명으로 감소했고, 정규직의 경우 같은 기간 2만6044명에서 1만9534명으로 줄었다. 

조선업이 본격 침체기에 빠지기 전 2013년 11월 박근혜 정부는 ‘해양플랜트 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고 미래 먹거리 산업임을 강조했다. 2017년까지 9000억원을 투입해 1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산업부는 한 연구기관이 자료를 인용해 해양플랜트 시장이 2010년 1452억 달러 수준에서 2020년 3275억 달러, 2030년 5039억 달러로 연평균 6.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정부 전망은 허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플랜트 부문에 대한 중복 과잉투자와 국내 업체들 사이의 출혈 경쟁, 핵심 기술 미확보와 더불어 저유가 상황까지 겹치면서 해양플랜트 산업은 추락하기 시작했고 한때 세계 1위였던 한국 조선업은 위기에 봉착했다.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오히려 60%나 감소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 부문 기술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해외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적자를 낼 수준의 저가 수주에만 집중함에 따라 일감을 확보해도 회사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전체 사업에서 해양플랜트 비중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 현재 중국업체들이 저가 수주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단가가 올랐고 여기에 상대적으로 재정적 여유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노조는 해양플랜트 분야 일감 부족에 따른 고용 불안을 끊임없이 사측에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수주가 없었기 때문에 가동 중단 발표 전 내부적으로 이미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 당초 노사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지만 회사가 일방적인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노조는 고용대책안을 사측에 전달해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김형균 정책기획실장은 "사측은 '고정비가 높아서 수주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리로 해양뿐만 아니라 현장 구조 자체를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을 3대 7로 만들기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면서 "해당 논리에 따르면 일본 등 한국보다 기본급이 높은 국가들은 아예 선박 건조를 못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정책실장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다가 유가 하락으로 발주가 줄어들게 되니 해고, 임금 축소 등 인건비 축소만 하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해양공장의 경우 당장 일감이 없으니 노사 합의로 서로 견뎌볼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것이지 만약 무급휴직을 포함,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가 이뤄진다면 받아들일 수 없으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이뤄진다고 해도 해양플랜트 같은 경우 약 1년 6개월 동안 기본 설계 등이 진행되기 때문에 오는 2020년까지는 해양 부문에 일감이 없다"면서 "노사 협의를 통해 대책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기금으로 노동자 퇴직 종용?

해양공장 가동 중단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인 가운데 사측이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직무 교육을 이용해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회사는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인력 재배치를 위해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직무와 무관한 교육 내용과 과거부터 반복되고 있다는 점, 퇴사 거부자와 노조 조합원 등 특정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등의 이유로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부당 행위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정책실장은 "현장에서 1시간 30분 떨어진 사내연수원에 특정 직원들을 모아두고 교육과 휴업을 반복하도록 하는데 지난 4월 말부터 생산직 200여 명을 대상으로 시작됐다"면서 "현장 용접 직원들을 대상으로 물리학 등 직무와 무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험을 통해 일정 점수를 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고 말했다. 

생산직에 이어 지난달 25일부터는 설계 담당 등 사무·일반직 50여 명을 대상으로도 직무 교육이 실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대부분이 과거 퇴직을 거부했거나 노조 조합원들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교육에 참여 중인 직원 A씨는 "희망퇴직 거부자들과 퇴직을 거부해 과거 동일한 교육을 한 번 받은 사람들, 노조원 등을 타깃으로 실시되는 것"이라면서 "교육 받는 곳에 가면 익숙한 얼굴들이 보일 때가 있는데 특정 직원들을 내보내기 위해 회사가 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해당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은 노동부에서 70~80% 지원되고 있다. 과거 논란이 된 '저성과자 교육'이 없어진 후 '직무능력 향상 교육'이라는 형태로 변경됐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는 고용보험기금으로 무료교육을 받을 수 있고, 사업장 또한 노동부 인증에 따라 소요경비 일부를 지원받고 교육을 실시한다. 고용안정을 위한 고용보험기금이 일부에서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A씨는 "이번 교육에서는 일별, 주별 시험을 같이 보도록 하는데 시험 결과가 일정 기준 미달이면 5주 정도 강제 휴업을 시키거나 별도 징계를 내린다"면서 "사측에 평가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더니 '추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 하겠다'는 애매한 대답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에는 교육 장소에 CCTV가 설치된 것을 발견하고 따졌는데 사측 관계자는 '강사가 강의를 제대로 진행하는지 보기 위해 설치했다'고 말해놓고 노조가 찾아가서 항의하니 '비상상황을 대비해 설치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면서 "사람들이 CCTV에 종이를 붙였더니 '한 번 더 동일한 행동을 하면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토로했다.

해당 교육은 이번 해양공장 가동 중단 영향이 아닌 과거부터 지속됐고, 현재 진행 중인 교육 외에도 몇 차례 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이 직원은 전했다. 다만 예전에는 '셀프체인징'이라는 이름으로 2~3주간 교육이 진행된다면 이번에는 10주로 지정됐다는 점이 다르다. 한 번 이상 해당 교육을 받은 대다수 직원들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다시 교육 통보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A씨는 "일터와 격리돼 교육과 휴업을 무한 반복하다보면 정신적으로 지치게 되고 결국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경우를 여럿 봤다"면서 "문제는 교육 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 부서로 배치해 주는 것도 아닐뿐더러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교육 과정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은 현대중공업에서 실시 중인 직무교육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노동지청 관계자는 "부정수급 관련 조사 중인 사안으로 현장을 방문해 직원 면담 등을 진행한 상태"라면서 "현재 본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달 내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양공장뿐만 아니라 현재 일감 없는 사업부들이 있기 때문에 부서 이동 등 인력 재배치를 위한 직무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회사 입장에서 일감이 없는 부서의 직원들을 아예 놀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직원들 입장에서는 불만을 표현할 수 있어도 직무와 무관하다고만 볼 수 없다"면서 "해당 교육이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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