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가 '속보이는' PVC 열풍
패션가 '속보이는' PVC 열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 투명 소재 활용 주도…LF·삼성물산패션·코오롱도 관련 상품 출시
사진=캘빈클라인, 발렌시아가, 샤넬
사진=캘빈클라인, 발렌시아가, 샤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속 보이는' 옷이 패션가를 달구고 있다. 그동안 '싸구려' 소재라는 인식에 외면받았던 플라스틱 '폴리염화비닐(PVC)'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PVC는 다소 딱딱한 소재지만 잘 휘어져 재단이 쉽고, 빛에 따라 색상이 다르게 반사된다. 가죽이 낼 수 없는 질감과 광택을 가져 '투명 가방'·'시스루백'·'비닐백'으로도 불리는 PVC 가방은 올여름 '인기템'으로 떠올랐다.

속이 시원히 보이는 의류, 잡화가 패션계에 다시 등장한 건 지난해다. 캘빈클라인과 버버리, 메종마르지엘라 등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에선 앞다퉈 투명 소재 상품을 선보였다. 프랑스 명품 발렌시아가에선 공업용 비닐을 떠오르게 하는 셔츠를, 영국 버버리에선 '플라스틱 레인코트 룩'을 내놨다. 

라프시몬스가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로 합류한 뒤 캘빈클라인에서 선보인 '레이어드 PVC 쿠프로 슬립 드레스'의 경우 패션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크 안감 겉에 투명 소재가 덧대인 이 원피스 가격은 1159유로(약 150만원).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에서도 올해 PVC 소재 '루비 인 프로그레스(Loubi in Progress)' 컬렉션을 출시했다. 구두에 마구 찢은 공예용 종이를 붙이고 그 위에 고광택 투명 PVC 재질을 덧입혔다.

'패션 피플'을 자처하는 이들은 PVC 상품만 착용하기보단 다른 소재와 조합해 독특함을 배가시킨다. 투명 가방에 명품 가죽 백을 넣거나, 플라스틱 부츠에 망사 스타킹을 함께 신는 식이다. 샤넬 모델들은 소형 가죽 '플랩 백'이 담긴 PVC 소재 '라지 토트 백'을 들고 '2018 봄·여름(S·S) 컬렉션' 무대를 활보하기도 했다. 가방에 가방을 담는 다소 '기이한' 유행은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다.

왼쪽부터 '플랩 백', '라지 토트 백' (사진=샤넬 홈페이지)
왼쪽부터 '플랩 백', '라지 토트 백' (사진=샤넬 홈페이지)

샤넬에선 PVC 소재 가방과 망토 외에도 부츠, 모자, 장갑, 벨트 등을 대거 쏟아냈다.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뽐낸 부츠는 무릎 밑 기장부터 무릎 위까지 다양하다. 샤넬 PVC 백의 경우 300만원~400만원을 호가한다. "전체가 비닐인데 수백만원을 주고 사긴 아깝다"는 말도 나오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

샤넬 플랩 백은 인기 척도를 알 수 있는 공동 구매 상품으로도 등장했다. 업계에선 가방이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으로 본다. 이처럼 PVC 백이 마트용 비닐 가방 같다는 부정적 인식을 뒤집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신선함이다. 이는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2018 S·S 컬렉션에서 "플라스틱은 오래되고 뻔한 프랑스산 옷감보다 훨씬 낫다"고 한 말과 맞닿아 있다. 
 
가볍다는 장점과 내용물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이유다. 패션업체들은 PVC 가방 안에 디자인이 예쁜 화장품이나 독특한 색상 손주머니를 넣어 스타일링하라며 내용물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PVC 백 열풍에 편승했다. LF 액세서리 브랜드 닥스액세서리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편집숍 비이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영캐릭터 캐주얼 브랜드 럭키슈에뜨에선 일제히 PVC 소재 백을 내놨다.

지에이치인터내셔널이 지난해 론칭한 브랜드 '(메르켄)MERKEN'의 경우 시스루백 인기로 5~6월 매출(롯데백화점 본점 기준)이 지난해보다 250% 상승했다. 무더운 여름에 대비해 내구성이 좋은 PVC 소재와 고급 소가죽을 혼합해 소비자 지갑을 열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