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은산분리 규제…논의만 3년째
풀리지 않는 은산분리 규제…논의만 3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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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서 시작된 해빙…결론 도출까지 아직 먼 길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의 로고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의 로고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김희정 기자] 은행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은산분리 규제 논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3년째 찬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결론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국회 정무위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은산분리 규제에 대해 논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논의에 참여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부가 금융규제 개혁에 관심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예정됐던 2차 '규제혁신토론회'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내용을 더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와 행정안전부의 '개인정보 규제 개혁' 등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여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금융위 입장에서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때문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찬성하는 쪽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은산분리 법안, 산업자본 투입 제한해…적극 설명 필요"

문종진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주요 의제로 선정된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이나 재무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인한 경제력 집중이나 금융편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해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 제출된 5개의 관련 법안에서는 이미 비금융주력자의 자본 투입을 34~50% 수준으로 제한한다. 특히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선 인터넷은행이 대주주에게 대출할 수 없고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 교수는 "경제력 집중이 이뤄질 수 없도록 규제가 마련돼 있음에도 이를 반대하는 것은 기우"라며 "금융당국 등도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데도 비용이 필요하다"며 "시장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려 해도 가용자본을 확보하지 못하는 데 어떻게 '메기'역할을 하느냐"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은 출범한지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고객이 몰려 자본을 소진해가며 영업 중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출범 3개월만에 상품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도 다시 상품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에는 모든 현금입출금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수수료 문제로 인해 혜택이 폐지됐다.

예정대로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됐다면 주력 기업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자금을 지원해 안정적으로 영업을 이어나갈수 있었고 고객들도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은산분리 완화, 결국 대원칙 깰 것…은행 출범 취지도 무색"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반대 측 주장도 거세다. 인터넷은행만의 자본확충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가 결국엔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깨는 '첫 걸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팀장은 "재벌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를 위해 계열사들이 움직이는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하면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도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활성화라는 기존 출범 취지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인터넷은행 가계신용대출 차주 가운데 고신용(1~3등급) 차주의 비중은 96.1%에 달했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의 고신용 차주 비율인 84.8%를 10%p가량 상회하는 수준이다.

김 팀장은 "은산분리 완화를 요구하기 전 도입 배경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중금리대출 시장에 적극적 뛰어들 생각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은행법 하에 영업인가를 받았으면 은행법을 준수하며 운영하는 게 맞다"며 "케이뱅크의 경우 작년 4월 영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줄기차게 제도 완화만 요청하고 있는데, 규제산업인 금융업권의 비즈니스 마인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등 계속해서 법 개정만 외치기보다는 인터넷은행들이 영업 다변화 등을 통해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교수는 "자본 여력이 딸릴 게 예상됐다면 (인터넷은행들이) 애초에 은행업에 진입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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