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조작의혹] '제재' 방안 찾는 금융당국…시늉내기?
[대출금리 조작의혹] '제재' 방안 찾는 금융당국…시늉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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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KEB하나·씨티銀 별도 제재근거 찾겠다"
여론 뭇매·시민단체 입김에 또 말 바꾼 금용당국
부당 대출금리 산정 재발방지 대책 현실화도 '글쎄'
대출을 안내하는 은행 지점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출을 안내하는 은행 지점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이 당초 ‘불개입’에서 ‘제재’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관련 규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제재 방안을 찾는 시늉만 하다 솜방망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리산정 조작의혹과 관련한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 당국 입장은 3개 은행(경남·하나·씨티)에 대한 ‘제재’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는 대출 금리를 부당적용한 은행은 물론 창구 직원에 대해서도 당국 차원의 징계는 어렵다는 기존 방침을 뒤집은 것으로, 향후 제재안이 소급적용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경남·KEB하나·한국씨티은행 등 3개 은행을 제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현행 금리산정 기준에 대한 은행 내규에는 자체 기준을 두고 있으면서도 처벌 규정이 없어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제재의 어려움을 밝혔으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실언이라는 여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대출금리 산정 오류가) 은행 차원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고 개별 창구에서 발생한 일이라 제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최 위원장은 25일 강경한 태도로 선회했다. 그는 이날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시중 은행장들에게 "해당 은행들은 피해를 받은 고객 수와 금액을 조속히 확정해 신속하게 환급해 줘야 할 것"이라며 "은행은 내규 위반 사례의 고의성, 반복성 등을 엄격히 조사해 필요한 경우 임직원에 대해서도 상응한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는 대출금리 산정 오류와 관련된 3개 은행(경남·하나·씨티)에 '현행 법령상'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 지 금융감독원과 함께 검토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금감원은 이번 가산금리 부당부과 사례와 관련해 조치방안을 충분히 검토하겠음'은 제재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당 대출금리 산정이 '반복적·고의적'이라면 은행법이나 다른 법령상으로도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찾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관련 법령이 복잡하기 때문에 현행 법령상 적용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 쏟아지는 비판여론을 방어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은행들의 제멋대로식 대출금리 산정 문제는 이미 수년전부터 충분히 감지됐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감독실패 책임은 고스란히 금융당국의 몫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총 26억6900만원가량의 이자를 더 챙긴 경남(약 25억원)·하나(약 1억5800만원)·씨티은행(약 1100만원)에게는 정작 향후 개선 대책이 소급적용 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자 부랴부랴 재제방안을 강구하기로 한 것도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금감원)에서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금융위)까지 금융당국의 잦은 '말 바꾸기'에 대한 뒷말이 적지 않다. 정부 기조나 여론, 시민단체가 지적할 때마다 기존 방침을 뒤집어 가면서 관련 대책을 내놓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쓴소리다.

이번에도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은행의 대출금리 조작이 단순 업무 실수라기보다는 고의 또는 시스템 문제일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금융소비자들이 복잡한 금리 산정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불공정 금융거래"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금감원, 금융연구원, 은행권 공동의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나올 '제재 근거 신설' 개선 방안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2016년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법규가 아닌 내규나 행정지도 위반시 금융당국은 이를 제재할 수 없게 됐는 데도 법령, 업권별 감독규정 등 상위법을 통해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법이나 은행법 시행령 또는 은행업 감독규정에 부당 대출금리 산정과 관련한 명확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며 "규정이 법이나 시행령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방안 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 근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금융사들이 한층 더 긴장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대출금리 산정 오류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이 거센데도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전수조사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빠져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태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부당하게 적용한 금리로 이득을 취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민법의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을 적용한다면 최소 10년치를 더 조사할 수 있고, 피해를 본 사례도 더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소원은 현재 소비자 공동 소송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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