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구성훈 삼성證 사장의 '신뢰 회복' 
[CEO&뉴스] 구성훈 삼성證 사장의 '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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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고객과 주주는 우리에게 신뢰 회복이라는 크고 무겁고 어려운 숙제를 주셨습니다. 한 치 흔들림 없이 숙제를 완수해 '역시 삼성증권' 이라는 말을 다시 들읍시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최근 전체 임직원에게 '우리가 우리를 믿읍시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사상 최악의 배당 착오 사태라는 큰 위기를 극복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도 고객과 주주의 신뢰회복을 이뤄내자는 당부가 골자였다.

구 사장은 직원들이 시련 속에서도 '내 자리', '내 일', '내 가치'를 잘 지켜 올 상반기 최대 실적으로 주주가치를 크게 제고했음을 칭찬했다. 아울러 위기에 당당히 맞서 '삼성증권인'이라는 이름값을 회복하자는 숙제를 제시했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이 일으킨 112조 원대 유령주 배당사고는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가 여실히 드러났음은 물론, 고객들로 하여금 신뢰가 요구되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많은 이들로부터 질타 받기에 충분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증권에 대해 6개월간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 부과 제재를 결정했다. 제재가 확정되면 삼성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등 신사업을 향후 2년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구성훈 사장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구 사장에게는 삼성증권에 공식 취임한 지 보름 만에 맞닥뜨린 첫 시련이었다. 30여년 간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그룹 핵심 금융 계열사에서 능력을 인정 받고 승승장구해 온 그에게 뼈아픈 위기였다. 정상에 오르고 보니 가시밭길을 마주한 셈이었다.

당국의 제재가 가혹하다고 여길 만했지만, 그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태 수습에 주력했다. 배당착오로 피해를 본 투자자와 고객들을 직접 만나 머리 숙여 사과하고, 피해자 구제와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직원에 책임을 전가해 뭇매를 맞은 일부 수장이 보인 행보와는 현격하게 달랐다.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도 배당사고 관련 금감원 제재심 결과가 알려지면서 자칫 가라앉을 수도 있는 조직 분위기와 임직원 개개인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메일을 받은 삼성증권 직원들도 배당사고 후 다소 침체됐던 마음이 안정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증권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9년 만에 월별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5월 영업이익 525억5300만원, 당기순이익 379억64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59.9%, 52.5% 증가했다. 배당 사고 이후 거둔 호실적을 공개해 그간 극대화됐던 주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 같은 조치는 주효했다. 전대미문의 사고를 일으켰지만, 대표자가 신뢰회복이라는 일념 하에 발빠르게 대처해 회사 환골탈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사고와 관련된 손실금액을 모두 반영했음에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2분기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를 18% 가량 상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은 향후 금감원 제재심 이후 남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과정에서 회사의 입장을 성실히 설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객과 주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최악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고 있는 삼성증권과 구 사장의 향후 행보가 자못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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