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급과잉에 신음하는 신도시…상가·아파트 '텅텅'
[르포] 공급과잉에 신음하는 신도시…상가·아파트 '텅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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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 상가 공실↑…"임차인 없어"
동탄2신도시, '마이너스 프리미엄' 속출
위례신도시 중심상업지구 내 상가 1층 모습. 대부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위례신도시 중심상업지구 내 상가 1층 모습. 대부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요즘은 상가 투자를 문의하는 손님들한테 다시 생각해보라고 얘기합니다. 임차인을 빨리 구하는 게 좋지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분들은 나중에 심하면 신용불량자까지 될 수도 있거든요. 답이 없는 판국에 양심상 무조건 좋다고는 못하죠."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H공인중개업소·최 모씨)

서울 근교 신도시 부동산이 공급과잉에 맥을 못추고 있다. 서울 강남을 대체하는 곳으로 기대감을 모은 위례신도시 일대 상가들은 수개월째 텅텅 비어있는가 하면, 동탄2신도시 곳곳에선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 매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지난 24일 찾은 위례신도시는 양측에 대규모 아파트들이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위례중앙광장 주변에 새로 지어진 건물들은 신도시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가는 차량은 많았으나, 불이 켜진 상가라고는 줄지어있는 중개업소가 대부분이다.

중심상업지구의 트램길을 따라 형성된 트랜짓몰의 모습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주인을 찾지 못한 빈 점포들은 불이 꺼진 채 '상가 매매·임대' 문구가 적힌 홍보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위례중앙광장 양옆의 1층 점포들은 통으로 비어있었는데, 빈 공간을 가리려는 듯 홍보배너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기도 했다. 이 곳은 준공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장사에 나서겠다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260실 중 70%가량이 방치돼 있는 상태다.

위례중앙광장 내 위치한 상가. 1층임에도 공실이 가득하다. (사진=이진희 기자)
위례중앙광장 내 위치한 상가. 1층임에도 공실이 가득하다. (사진=이진희 기자)

이렇다보니 분양 당시 높은 몸값을 자랑하던 상가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로 대량 나와있다. 상가 투자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내놓고 있는 것. 분양가가 4억4000만원에 달했던 전용 60.15㎡ 지하 1층 상가는 1억원 이상 떨어진 3억2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으며, 전용 54.12㎡ 1층 상가 역시 분양가보다 1억3800만원 저렴한 13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인근의 W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금까지 걸어두고 포기하는 사람도 몇 있다"며 "계약금이 아까워서 버티다가 상권이 활성화될 조짐이 안 보이자 그냥 빨리 발 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새로운 도시가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수요에 비해 상가 공급이 많은 데다 당초 계획된 지하철 건설 사업이 10년째 표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8호선 위례역은 이달 착공에 들어가 2019년 개통 예정이지만, 나머지 위례신사선과 위례과천선, 위례선(트램) 등은 착공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

중개업자들은 그 시기를 가늠하기도 힘든 탓에 임차인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상권이 언제쯤 활성화 될 것 같냐는 질문에도 부정적인 답변이 이어졌다. 우선적으로 대중교통 불편이 해소돼야 문의가 살아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단 상권을 묶어줄 트램 같은 교통여건이 개선되면 상가들도 제 모습을 갖추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동탄2신도시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동탄2신도시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수도권 대표 신도시 중 하나인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선 아파트가 골칫거리다. 한꺼번에 쏟아진 공급물량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선 분양가보다 값이 저렴한 매물이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입주물량이 몰려있는 남동탄은 분양계약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중개업소에 매도를 의뢰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 당시 신도시 내 윗목인 북동탄의 인기에 편승하려 했지만, 예고된 '소화불량'을 감당하지 못한 양상이다.

내년까지 동탄2신도시의 입주 물량은 3만5000여 가구로, 이 중 80%인 2만8000여 가구가 남동탄의 몫이다.  

실제 3억3730만원에 분양된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 6차' 전용 76㎡(12층)는 3억2730만원에 급매로 나왔으며,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10차' 전용 84㎡ 역시 분양가보다 1500만원가량 내렸다.

전셋값도 하락세다.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 6차 전용 84㎡의 전세가격은 1억4000만~1억8000만원,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10차의 전용 84㎡는 1억6000만~1억7000만원으로 최근 2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인근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 정도면 2억원 초반에서 후반대까지 전세거래가 됐었는데, 지금은 2억원 밑에 내놓아도 물건이 잘 안나간다"면서 "매매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잔금을 치르기 힘들다며 급하게 팔겠다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공행진했던 신도시 상가와 아파트 분양가에는 미래가치가 반영돼 있기에 개발에 차질이 생길 시 당연히 그 가치도 하락하게 된다"며 "아파트의 경우 입주물량이 몰리는 내년까지는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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