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이어 월성 1호기도 가동 중단···해체 로드맵은?
고리 이어 월성 1호기도 가동 중단···해체 로드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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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구원·한수원, 원전 해체 기술 개발 '투 트랙'
"핵심 기술 확보와 '원전해체기술연구소' 설립 선행돼야"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방침을 결정하면서 지난해 가동 중단된 고리 1호기에 이어 총 2기의 원전이 해체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추가로 노후 원전 10기의 수명 연장을 중단시킬 계획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연구용 원자로를 제외한 상업용 원전 해체 경험이 전무한 가운데 해체 기술의 상당 부분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수원을 주축으로 2021년까지 96개의 핵심 해체 기술 확보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 확보와 더불어 실제 해체 적용을 위한 기술 검증 기관 설립 등 제반 사항 해결이 '탈(脫)원전 시대' 원전 정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원전 해체 기간은 최소 15년~최대 60년

원전 해체는 경우에 따라 계획 수립부터 부지 재생까지 최소 15년에서 최대 60년이 걸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30~40년 동안 운영되면서 생성된 각종 방사성 물질로 인해 건설 당시보다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하기 때문이다. 일반 건물을 해체하는 것과는 규모 면에서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전국가적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즉시 해체와 사용 후 핵연료 제거 후 일정기간 동안 원전을 유지한 후 해체를 수행하는 지연 해체로 나뉜다. 방사성폐기물 처분 문제로 지연 해체를 선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민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즉시 해체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고리 1호기의 경우도 즉시 해체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리 1호기의 해체 기간은 2017년 6월부터 2030년 6월까지로 예상된다. 앞서 한수원은 최종해체계획서 개발 계획을 수립해 지난 2016년 6월 24일 자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원안위 최종 승인 후 고리 1호기는 지난해 6월 18일 영구 정지됐다. 한수원은 가동 중단 후 5년 이내인 2022년 6월까지 해체계획서를 작성해 원안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 주민의견 수렴과 인허가 신청 기간 등이 포함된다. 원안위가 최종 해체 승인을 하면 실제 해체에 착수한다. 

일반적으로 사용 후 핵연료 인출과 냉각은 본격적인 해체가 시작되기 전 이뤄지는 단계다. 폐연료봉이 원전 내에서 반출된 후에야 작업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기로 불리는 해당 기간은 통상 5년으로 책정된다. 이후 약 9년 동안 해체가 이뤄지며 부지복원 기간 2년을 합해 최소 15년이 소요되는 것. 해체 기술 개발 여부와 폐연료봉 저장문제, 해체 폐기물 처리 등에 따라 해체 시간은 늘어난다. 

월성 1호기의 경우 현재 원안위의 최종 가동 중단 승인을 앞두고 있다. 원자로 영구 정지까지는 서류 작성과 원안위 승인 기간 등 최소 2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안위 승인까지는 현재 인력 수준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 2015년 1월 20일 관련법 개정으로 사업자는 운영 허가를 받기 위해 예비해체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원전을 건설할 때부터 원전 종료 후 해체 방안을 제시하는 문서로, 이전에 건설된 원전의 경우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 해당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규정됐다. 

◇ 원자력연구원은 '핵심 기반 기술', 한수원은 '상용화' 전담  

원전 해체 기술 개발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원자력연구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이 해체 핵심기반기술을 중심으로 추후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첨단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면 한수원은 해체에 직접 적용 가능한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원전을 운영 중인 전 세계 국가들 가운데 상업용 원전을 해체 완료한 곳은 미국이 유일하다. 독일, 일본은 상업용이 아닌 규모가 작은 실증로나 실험로를 해체한 경험만 있다. 한국의 경우도 연구용 원자로 해체 경험은 있지만 상업용 원전의 경우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원자력연구원 서범경 해체기술연구부장은 “지난 2012년 국가 해체 기술 확보 로드맵을 작성했고, 현재 2021년 완료 목표로 과기부 핵심 기반 기술 38개 중 10개를 개발 추진 중”이라면서 “상업용 원전 해체에도 연구용 원자로 해체에 이용된 기술 가운데 한두 가지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2013년 발족된 원전사후관리실을 2015년 12월 원전사후관리처로 확대 개편했다. 중앙연구원 원전사후기술센터 산하에 해체팀을 만든 후 2016년 12월에는 고리 1발전소 해체준비팀을 신설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추진 중인 상용화 기술 58개 중 현재 확보되지 않은 16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1기 당 해체 비용은 7515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는 경수로, 월성 1호기는 중수로다. 원자로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해체에서도 차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전체 해체 공정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절단 장비 등 일부 특수 기술은 중수로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 연구부장은 “경수로에는 압력용기가, 중수로는 압력용기가 아닌 ‘칼란드리아’라고 불리는 관이 수백 개가 있는데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해체 시 적용되는 기술도 달라지는 것”이라면서 “경수로 해체 시 발생하는 폐기물과는 달리 중수로의 경우 방사능 탄소가 함유된 폐기물이 많기 때문에 특화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은 ‘무착화성 화학제염기술’이라는 독창적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통상 원전에서 방사능이 제일 많이 분포된 곳은 핵연료와 만나는 곳인 원자로 등 1차 계통이다. 30년 이상 운전을 하게 되면 관 내부에 오염 물질들이 쌓이게 되는데 해당 부분들을 녹이는 과정, 즉 제염공정이 필요하다.

통상 전 세계적으로 유기산 착화제가 사용되지만 연구원이 개발 중인 기술은 무기물 성분을 이용해 내부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특징이다. 향후 해체 과정에서 나온 방사성폐기물을 경주 중·저준위방폐장에 처분할 시 구조적인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연구원은 설명한다.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기술 검증을 담당할 기관 설립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증 역할을 맡게 될 원전해체기술연구소는 현재 산업부 주관으로 설립 논의 중에 있다. 

서 연구부장은 “개발 완료된 기술들은 해체연구소의 검증을 받게 되고 기업들은 원전 해체 시 검증된 기술들을 활용하게 된다”면서 “2021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면 국내 원전 해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보고 있지만 검증 기관이 아직 없기 때문에 기술 자체를 실제 작업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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