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세계경제와 군사력의 상관관계
[홍승희 칼럼] 세계경제와 군사력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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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커피숍에서 재밌는 얘길 들었다. 옆자리의 젊은 여성이 휴대폰을 탁자 위에 놔둔 채 자리를 잠시 비운 모습을 보며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여유로운 풍경이라는 평을 일행이었던 해외교포로부터 들은 것이다.

휴대폰 주인이 자리를 비운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자리에 있으면서 탁자 위에 휴대폰을 꺼내놓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에도 지나가던 사람이 슬쩍 집어 들고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한국이 참 살기 좋은 나라가 됐다고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휴대폰은 유실물일 경우 되찾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떻든 이런 현상은 경제적 궁핍이 양심과 도덕성을 웃도는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듯하다. 요즘도 취객들을 상대로 한 아리랑치기니 뭐니 하는 뉴스들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과거 경제적으로 힘들던 시기에는 우리 사회도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도난 위험성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니까.

해외에서 도난사고가 늘었다면 그 또한 그 사회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졌다는 간접적 지표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개인적 사례 말고도 요즘 아프리카대륙 동부 연안에서 부쩍 늘어난 해적활동들 또한 정치적 불안 못지않게 그로 인해 발생한 경제상황의 악화가 큰 몫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는 28일 여섯 번째 소말리아 파견을 앞두고 있는 청해부대 27진 왕건함의 경우도 앞서 지난 3월 우리 어선의 피랍사건 등 국내 기업들의 해외활동에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과 깊이 관련돼 있다. 해적들이 내전상황에서 내몰린 패잔병 세력일 수도 있지만 경제적 돌파구를 찾기 힘든 아프리카의 현실이 더 많은 해적집단을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아프리카가 장기간의 식민지 통치와 그 후유증에 시달린 끝에 뒤이은 오랜 가뭄과 내전까지 겹쳐 당장은 회생기미를 발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해적들의 빈번한 출몰을 단지 그들만의 죄로 묻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없지도 않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 기업들, 혹은 우리의 재외 국민들을 위협하는 해적들을 변호할 마음도 없지만.

어떻든 그런 해적들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비단 한국적이어서만은 아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해적들로부터 자국민과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함선들을 파견해 아덴만으로부터 아프리카 동부해안까지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명 포함외교라고 불리는 해상활동에 각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뼈아픈 포함외교의 피해 사례가 100여 년 전에 있었음을 기억하면 역사의 반복성에 소름이 끼치는 동시에 이제 우리도 더 이상 함포외교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해군 역량은 필요한 해외 파견을 충분히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는 사실 또한 인식하게 된다. 지난 3월 나이지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마린 711을 구출하기 위한 압박작전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나이지리아 본토 내의 해적 근거지를 삽시간에 초토화시킬 수도 있는 막강 전력을 지닌 문무대왕함이 출동하기도 했다.

국제법의 준수를 위해 실제로는 본토 공격을 하지 않았고 단지 해적선을 침몰시키는 방식의 압박 전술만으로 인질을 구출했다. 그러기에 문무대왕함은 너무 강력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우리에게 해적을 상대하기에 적합한 출동 함정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군의 주력함이 고작 해적 잡기에 나서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전력 낭비일 뿐만 아니라 주력함이 멀리 나가는 만큼 국내 해안방어에 구멍이 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회에 실전 같은 기동훈련의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적의 규모에 맞는 장거리 출동 함대의 구성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세계 구석구석 한국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현재 우리의 대외활동을 볼 때 그 활동을 뒷받침할 해군전력의 강화는 여러 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군의 전력 정예화 방안의 하나로 해군 함정의 증강이 다시 논의돼야 할 성싶다. 한반도의 위기가 해소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육군 중심의 병력 배치도 재검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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