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美 금리인상 경계감에 휘청거리는 금융시장
무역전쟁·美 금리인상 경계감에 휘청거리는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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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외인 매도세에 2340선 붕괴
원·달러 환율은 7개월 만에 최고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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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박조아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 유럽연합(EU)이 가세하며 연일 악화일로를 걷자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이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무역분쟁 여파로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국내 주식·채권·외환시장이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큰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환율이 오르고 코스피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상대적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은 오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08p(1.10%) 급락한 2337.83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0.25p(0.01%) 상승한 2364.16에 출발한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낙폭을 키웠다. 이날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6일(2319.82)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7.7원 오른 1112.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11월14일(1118.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 거래일 대비 3.4원 상승한 1108.5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중까지 치솟으며 상승폭을 확대했다. 환율은 지난 7거래일간 37.6원 급등했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1110원대 레벨도 이날 넘겼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1.4bp(1bp=0.01%p) 내린 연 2.149%로 마감했다. 5년물과 1년물도 각각 1.9bp, 1.2bp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 10년물도 연 2.594%로 장을 마치며 2.4bp 떨어졌고, 20년물과 30년물, 50년물은 각각 1.4bp, 0.7bp, 0.9bp 내렸다. 환율과 코스피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외국인들이 3년과 10년 국채 선물에 눈을 돌린 까닭이다. 국고채 금리가 하락할 수록 채권값은 상승한다.  

이날 우리 시장이 휘청인 이유는 미국발(發) 글로벌 무역갈등이 최고조에 치닫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간 무역분쟁이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로까지 확산하며 위험자산 선호심리의 후퇴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주요 수출품에 25%의 무거운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EU까지 무역전쟁에 가담했다. EU는 당장 22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내세우며 철강 제품에는 25%, 알루미늄 제품엔 10%의 관세를 붙이겠다고 선언한 데 대응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282억6000만달러(약 31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무역갈등이 EU나 일본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교역 위축으로 이어질 경계감이 높아지며 우리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점진적인 (금리) 인상 요인은 여전히 강력하다(strong)"며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도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연준은 최근 기준금리를 1.75~2.00%로 상향조정한 데 이어 올해 추가 금리인상 횟수 전망도 기존 3차례에서 4차례로 올려 잡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약세(달러 강세)가 수출업체에 주는 이익이 예전만큼 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반대로 내수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올라가며 가계 소비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국내 경기도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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