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곰돌이 '티니위니' 한국 철수 'D-6'
추억의 곰돌이 '티니위니' 한국 철수 '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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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짐 싼 자리에 이랜드그룹 신발 편집숍 '폴더' 둥지
서울 중구 명동8길 티니위니 명동 2호점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 중구 명동8길 티니위니 명동 2호점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곰돌이 캐릭터 브랜드 티니위니가 오는 27일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이랜드그룹이 1997년 탄생시킨 티니위니는 2000년대 초 '체크 머리띠'·'무지개 티셔츠'·'보라색 체크 백팩'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쾌속 질주했지만, 그룹 부채율을 낮추기 위해 '현대판 심청이'가 됐다. 

중국 현지에 세워진 티니위니 법인은 지난해 중국 여성복 업체 브이그라스(V Grass)에 팔렸다. 티니위니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 작업을 이어왔고, 현재 국내 매장은 서울 중구 명동8길 명동 2호점이 유일하다. 

21일 오후 찾은 티니위니 명동 2호점은 한국과 작별 준비에 한창이었다. 매장 전면은 '굿바이 코리아'·'스토어 클로징 D-6' 포스터로 도배됐고, 폐업 할인을 알리는 입간판도 세워져 있었다. 

1층에선 티셔츠와 원피스를 비롯한 의류를 최대 90%까지 싸게 팔고 있다. 가장 싼 티셔츠는 1000원. 직원들은 재고 확인에, 소비자들은 막바지 할인 기회를 잡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계산대 앞엔 '오는 27일을 마지막으로 한국 영업을 종료한다', '현재 구매한 상품의 교환·환불이 불가하다'는 안내 문구도 게시됐다. 

티니위니 명동 2호점 직원은 "브랜드가 중국으로 팔린 뒤 티니위니 상표가 붙은 제품의 한국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며 "앞으로 아울렛 특별 판매가 아닌 이상 한국에서 티니위니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직원은 "특판 제품이 팔리더라도 라벨과 택은 모두 뗀 상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원에 따르면 티니위니가 방을 뺀 자리엔 이랜드그룹 신발 편집숍 폴더가 들어선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티니위니 명동 2호점에 소비자가 들어서는 모습, 매장 할인 안내판, 티니위니 '체크 머리띠', '무지개 티셔츠' (사진=김현경 기자, 중고나라 캡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티니위니 명동 2호점에 소비자가 들어서는 모습, 매장 할인 안내판, 티니위니 '체크 백팩', '무지개 티셔츠' (사진=김현경 기자, 중고나라 캡처)

마지막 짐 꾸리기가 한창인 명동 2호점은 2014년 4개층 매장, 총면적 770㎡로 세워진 티니위니 최대 규모 점포다. 이랜드그룹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가 들어선 옛 티니위니 명동 1호점과 함께 중국인들 쇼핑 '성지'로 이름을 날렸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골드베어 라인'을 단독으로 선보였고, 직원 80%가량을 중국어 능통자로 뽑았기 때문이다. 

티니위니와 학창시절을 함께 한 국내 소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다. 누리꾼 김모씨는 "줄무늬 후드티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옷"이라며 "학생 시절 입고 다녔던 추억의 티니위니가 이제는 빈티지한 소품이 될 것 같아 착잡하고 슬프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비자 A씨는 "앞으로 국내에서 볼 수 없게 돼 아쉽지만 중국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티니위니는 2000년대 초반 '키덜트(아이 감성·취향을 지닌 어른) 족'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특히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티니위니 무지개 티, 카라티에 면 치마·바지는 인기 착장으로 꼽혔다. 회원 수 10만명 팬클럽 '티니위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티모)'이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명동 1호점에선 월평균 6억원 수입을 올릴 정도였다. 2015년 기준 티니위니는 한국과 중국에서 매출 4000억원가량을 냈다. 

이랜드가 브이그라스에 티니위니 상표권과 사업권을 팔아 손에 쥔 액수는 51억3000만위안(약 8800억원)으로, 이는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됐다. 이랜드는 지속적인 생산·영업 시너지를 위해 티니위니 법인 지분 10%를 계속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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