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서러운 고졸 구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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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우리사회를 일컬어 많은 이들이 '학력 위주 사회'라고 지적한다. 최소한 대학은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학력 인플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대학은 여전히 많아 고등학교만 졸업한 이들은 관심 밖 인물이 되고 말았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정책적으로 고졸 채용을 독려하면서 공공기관들이 채용을 하면서 전보다 많은 고졸 출신을 선발했다. 그러던 것이 시대와 정부가 바뀌면서 어물쩍 고졸 채용을 줄이고 있다. 그나마 몇 명이라도 채용하던 곳 중 일부는 아예 고졸 출신을 뽑지 않았다. 특히 금융권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과 현업에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특성화 편제를 바꿨다. 마이스터고, 특성화고가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특정 분야의 인재 및 전문인력을 배출한다. 업무 적응기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 이들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채용하는 기업체로서도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체에서 꼭 필요한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채용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고졸 채용인원을 줄인다면 실업계 고등학교는 존립 근거가 사라진다. 심지어 고졸 채용을 한다고 공고를 낸 후 대졸자를 채용하는 꼼수마저 부린다면 고졸 출신들은 설 곳이 잃게 된다. 취업을 위해 고등학교보다는 대학을 선택하도록 정부가 조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교육정책과 산업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꼴이다.

잠깐이라도 구직사이트를 살펴보면 선반, 기계, 건설 분야에 필요한 기초 기술자들을 구하는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회사는 장기간에 걸쳐 구인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급여가 낮고 근무환경이 좋지 못해 구직자들이 기피할 수도 있겠지만 기업의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고졸 구직자들이 대학 입학보다 취업을 선호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올해 초 고등학교에 입학한 큰아들의 한 중학교 친구는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조그만 제조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인천에서 김포에 있는 학교에 입학했다. 그 아이는 친구들이 영어와 수학에 집중할 때 기계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내 자식은 아니지만 기특하게 생각돼 큰아들에게 그 친구가 잘 지내고 있는지 묻곤 한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대졸자와 고졸자가 할 일이 나뉘어 있지는 않다. 우리 사회가 부지불식간 그렇게 선을 그어놓고 그 틀에 이들을 끼워 맞추고 있는지 모른다. 기능인, 전문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뽑아주는 곳이 없어 대학에 입학하려는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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