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결권’이 가른 은행 채용비리 기소...“내부통제 없으면 허당”
‘전결권’이 가른 은행 채용비리 기소...“내부통제 없으면 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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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검찰 수사결과 직후 채용 전결권 '부행장 → 은행장' 변경
당국·시민단체 내부통제 강화 한목소리...KB국민銀 "내부통제 문제 아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은행 채용비리로 은행권 CEO의 구속 및 불구속 기소(起訴) 여부가 채용 '전결권'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내부통제 강화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금융권과 검찰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당시 KB은행 행장을 겸할 때 채용 전결권이 없어 무혐의로 결론났다. 다른 은행처럼 행장이 전결권을 가졌더라면 기소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함영주 KEB은행장 등은 불구속 및 구속 기소됐다.

CEO 기소에는 전결권이 크게 작용했지만 전결권만으로 채용비리를 막지 못하자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가운데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채용관련 직무전결 규정을 일부 개정해 채용과 관련한 최종 결재권자를 인사 담당 부행장에서 행장으로 변경했다. 이는 지난 2001년 주택은행과 통합한 이후 17년간 채용과 관련해서는 부행장이 모든 결정을 '알아서' 해왔다는 의미다.

이를 지켜본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고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은 못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채용비리 수사 경과에서 윤 회장이 기소 대상에서 빠질 수 있었던 것도 채용 전결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윤 회장은 채용 비리가 발생했던 2015~2017년 사이 KB은행장을 겸직해 한 차례 수사만 받았을 뿐 기소되지 않았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과 대조된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된 이모 전 부행장이 윤 회장에게는 간단한 보고만 했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는데다 최종 결재권자가 윤 회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민은행의 채용비리 문화가 오랜 관행으로 고착화 됐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번 채용비리 조사에서 국민은행은 청탁이 없었음에도 채용 담당자가 '알아서' 부행장 자녀와 동명이인이었던 지원자의 논술점수를 조작해 통과시켰다가 다른 사람임이 드러나자 면접에서 탈락시킨 사례가 발견됐다.

시민단체는 전결권이 누구에게 있냐는 부차적인 문제라며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는 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 측의 조치대로라면 채용비리에 대한 관행을 내부 감사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고 이를 (KB국민) 은행장이 몰랐던 것"이라며 "이는 심각한 내부통제시스템 결함으로 채용 외 다른 부문에서 벌어지는 관행에 대해서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TF' 1차 회의 자리에서 "금융기관 임직원의 책임의식과 조직문화가 여전히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 일련의 금융 사건들은) 우리나라 금융기관 내부통제 수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TF'를 구성하고 방안을 도출키로 했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윤 회장이 철저한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리된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며 “지금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채용비리 사안에서 한시라도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도 "관련자들이 구속 수사를 받았음에도 별다른 진술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윤 회장은 채용비리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채용비리 관행에 대해서는 "관행은 담당자들이 잘못된 걸 인식하지 못한 채 행하는 경우가 많고, 내부 감사에서도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가 점점 투명해지면서 개선되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채용에 대한 최종 결재권자를 은행장으로 격상한 것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채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회장이 자리를 계속 이어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까지는 구속 기소된 임직원들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언제 마음을 바꾸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민은행은 다시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리게 된다. 부행장, 부장, 팀장이 모두 구속(본부장은 불구속)된 마당에 당시 은행장이었던 윤 회장의 무혐의 처분은 전결권 유무가 크게 작용한 만큼 전면적인 면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자리에 있는 동안 국민은행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계속 안고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사옥. (사진=서울파이낸스DB)
KB국민은행 사옥.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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