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80년 서울우유 자부심 깃든 '밀크홀 1937' 종로점
[르포] 80년 서울우유 자부심 깃든 '밀크홀 1937' 종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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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가장 잘할 수 있는 '우유'로 정면승부…젊은 감각 살린 맞춤형 공간 눈길
15일 오픈한 서울 종로구 '밀크홀 1937' 종로점에서 손님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15일 서울 종로2가에 문을 연 '밀크홀 1937' 종로점은 첫날부터 손님들로 붐볐다. (사진=박지민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우유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겠다.' 15일 서울 종로2가 71-5번지에 5층 규모로 문을 연 '밀크홀 1937'은 국내 유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녹아든 공간이다. 

밀크홀 1937은 1949년 9월 서울우유 정동 사옥 1층에 문을 연 '정동 밀크홀'에서 틀을 따 왔다. 당시 다방 구실을 했던 정동 밀크홀에선 조합원이 공급하는 신선한 원유를 바탕으로 우유와 빵, 버터, 아이스크림 등을 팔았다. '1937'은 서울우유가 '경성우유동업조합'이란 이름으로 창립된 해를 가리킨다.

개장 첫날 오후 1시께 찾은 밀크홀 1937 종로점은 입구부터 손님들로 북적였다. 특히 유리병에 담긴 각종 우유와 밀크티가 즐비한 냉장 진열대 앞에서 여성 손님들이 "귀엽다", "갖고 싶다"를 연발하며 입맛에 맞는 제품을 집어 들었다. 병음료를 들고 살펴보니 모두 제조일자가 오늘이었다. 신선한 음료 유통기한은 당일 또는 이틀까지다. 당일 생산해 당일 판매하는 셈이다.

우유, 밀크티 등이 담긴 유리병은 1940년대 이전에 판매됐던 서울우유 패키지를 재현했다. (사진=박지민 기자)
우유, 밀크티 등이 담긴 유리병은 1940년대 이전에 판매됐던 서울우유 패키지를 재현했다. (사진=박지민 기자)

서울우유는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든 카페 사업에 뛰어들면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우유'에 집중했다. 밀크홀 1937에서 만날 수 있는 음료와 디저트는 대부분 조합원들이 생산한 우유를 활용했다. 변성인 서울우유 홍보팀장은 "유제품을 담은 유리병은 1980년대 이전까지 판매됐던 서울우유 패키지를 재현한 것"이라며 "오랜 역사를 가진 서울우유 옛 모습과 세련되고 젊은 감각이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밀크홀 1937 종로점에선 지난해 8월 롯데마트 서초점 안에서 운영한 밀크홀 1937 시험 매장에서 선보였던 밀크티 4종(오리지널·라이트·스트로베리·말차)에 청량감이 돋보이는 민트레몬 밀크티를 선보였다. 참깨 아이스크림에 참기름 토핑을 곁들인 블랙 그레인 아이스크림은 종로점에서만 맛볼 수 있다. 수제 리코타 치즈와 요구르트는 열린 주방(오픈키친)에서 만든다.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를 끈 메뉴는 '밀크티 오리지널'과 '연유우유'. 믿고 먹는 서울우유에 각각 홍차와 연유를 더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평이다. 정효재(23)씨는 "연유우유를 먹어봤는데 고소하고 신선한 맛이 느껴져 좋았다. 가격이 5000원대여서 다소 비싸게 느껴지고, 우유가 별로 시원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했다.

좌석이 마련된 2층에 손님들이 가득 차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매장을 찾은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박지민 기자)
좌석이 마련된 2층에 손님들이 가득 차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매장을 찾은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박지민 기자)

밀크홀 1937 종로점은 세련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총 5개층으로 각 층마다 특색 있는 분위기를 살렸다. 특히 3층에 우유갑을 형상화한 전시관을 마련했다. 서울우유 역사가 담긴 각종 신문 스크랩과 함께 우유 제조 과정, 서울우유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들을 만나볼 수 있다.

4~5층으로 올라가보니 여러 사람이 함께 둘러 앉아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바쁜 직장인과 학생들이 많은 종로 상권 특성을 감안해 맞춤형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4층에는 혼자 앉을 수 있는 칸막이형 1인 좌석도 충분해 '혼공족(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매장을 둘러본 김진아(29)씨는 "인테리어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세련되게 잘 해놓은 것 같다"면서 "평소 우유를 잘 먹진 않는 편인데, 매장이 워낙 예뻐서 한두 번 더 오게 될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후 4시쯤이 되자 병음료가 거의 동이 났다. 첫 날부터 소비자들 반응이 그만큼 뜨거웠다는 뜻이다. 밀크티 오리지널은 오후 2시 이전에 이미 모두 팔려서 겨우겨우 밀크티 라이트를 맛봤다. 부담 없는 홍차향과 함께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서울우유가 커피를 앞세워 카페 사업에 나선 다른 유업체와 달리 우유를 앞세운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3층에 마련된 서울우유 전시관은 우유갑 모양을 본 땄다. 하얀 기둥은 우유가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사진=박지민 기자)
3층 서울우유 전시관은 우유갑 모양을 본 땄다. 하얀 기둥은 우유가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사진=박지민 기자)

 내수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유업계는 국내 흰 우유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줄어 수심이 깊다. 협동조합이어서 다른 업체처럼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는 서울우유 역시 고민이 없지 않을 터. 그러나 서울우유는 가장 자신 있는 우유로 정면승부를 택했다. 

변 팀장은 "밀크홀 1937은 서울우유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우유'를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연내 밀크홀 점포를 2~3개 더 늘릴 계획이다. 밀크홀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 맛있게 우유를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밀크홀 1937 종로점 매장 전경. (사진=박지민 기자)
밀크홀 1937 종로점 전경. (사진=박지민 기자)
밀크홀 1937 종로점 3층에 마련된 서울우유 전시관. (사진=박지민 기자)
3층에 마련된 서울우유 전시관. (사진=박지민 기자)
4층에 마련된 독서실 형태 1인 좌석과 컨퍼런스룸. (사진=박지민 기자)
4층은 공부나 회의할 수 있도록 꾸몄다. (사진=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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