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금리차 0.50%P…고민 깊어진 한국은행
韓美 금리차 0.50%P…고민 깊어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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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 0.25%P→0.50%P
전문가들 "4분기, 1차례 금리인상 가능성 높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종합적인 경제판단을 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금유출 이슈와 관련한 한미 양국의 금리차를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인지, 국내 고용 상황 등 사안마다 금리인상의 상하방 압력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 폭이 0.50%p로 확대됐다.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는 빠른 자금유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과 맞물리며 경계감은 더 확대되는 모양새다. 

물가상승 압력이 미진한 데다 과도한 가계부채, 고용부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한은도 금리인상을 쉽게 언급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금리격차 수준을 1%p까지 열어뒀다. 그러나 두 나라 간 인상경로를 가늠하다보면 이마저도 내년 초쯤 따라잡힐 가능성이 커 문제다.

13일(현지시각)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1.75∼2.00%로 0.25%p 인상했다. 지난 3월 인상 이후 3개월 만에 두 번째 금리인상에 나서며 미국은 10년 만에 기준금리 2% 시대를 다시 열었다. 반면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 11월 6년5개월 만에 인상 이후 연 1.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번 미 금리인상으로 금리역전 폭은 0.50%p로 확대됐다. 금리차는 2007년 8월 이래 가장 큰 수준이다. 

여기에 미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3회에서 4회로 상향조정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향후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하며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가 더 가파르고 크게 벌어질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셈이다. 미 연준이 9월, 12월 금리를 더 올리고 한은이 한 번도 올리지 않을 경우 금리격차는 1%p로 벌어진다.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는 돈의 속성을 고려할 때 자금유출 이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금리 역전 폭을 1%p로 보고 있다. 한은도 마냥 금리 인상을 늦출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미 금리 인상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우려할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췄다. 

다행히 아직까지 금융시장에서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3월 한미 금리가 10년 만에 역전됐을 때도 우리시장에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았는 설명이다. 되레 채권시장엔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외국인 자금은 지난 4월 14억달러 유출됐다가 5월엔 채권을 중심으로 27억달러가 유입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우리경제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굵직한 변수들로 산적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 1분기(1~월) 기준 1468조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증가세 자체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 미국 금리인상을 반영해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게 되면서 코픽스나 금융채 등 대출상품의 조달금리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취약차주들의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더불어 최근 신규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할 정도로 고용 상황이 부진한 가운데, 국내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물가상승 압력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고용 악화 상황과 맞물리면서 물가상승률은 연초부터 1% 초중반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한은 목표치(2%)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4분기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만큼 우리경제 여건이 좋지 않데다 9월 미 FOMC 결과를 보고 한은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금리상승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받고 있는 영향이 그리 크지않다"며 "한은이 경제지표에 대한 확인작업을 거친 후 올 하반기 한 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이 현재 기준금리 인상의 선제조건으로 보고 있는 것은 물가상승률의 확대이며, 이에 따라 향후 국내 물가상승률의 반등여부를 주목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며 "아직까지 경기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고 경제여건도 상방위험과 하방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올해 연준 4회·한은 1회, 내년 연준 3회·한은 1회를 가정할 경우 기준금리 역전폭은 올해말 0.75%p, 내년말 1.25%p까지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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